삼성전자, 11조원대 자사주 매입…주주 달래기

이재용 주도...삼성전자 "주주가치 극대화 하겠다"

삼성전자가 11조300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다. 삼성전자가 29일 내놓은 "주주친화 정책"에 담긴 계획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1회 차 매입 규모는 4조2000억 원으로 예정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향후 3년 간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발생하는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 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영업 활동으로 번 돈 가운데 설비투자 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30~50%를 주주들을 위해 쓰겠다는 뜻.

주주 입장에선 배당금 인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된다. 이런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대체로 주주가치에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이걸 바꾸겠다는 게 이번 발표의 취지다.

지난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삼성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었다. 삼성 측이 대대적인 광고와 민족주의 여론 몰이, 직원을 동원한 직접적인 주주 설득 등 전 방위 노력을 했지만, 합병 안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통과됐다. 당시 국민연금이 막대한 손해와 비난을 무릅쓰고 삼성 편을 들지 않았더라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합병에 반대했던 주주들은 삼성이 주주가치에 소홀하다는 점을 집중 성토했다. 이런 반발을 삼성이 논리적으로 무마하기란 무리였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일종의 학습 효과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결정은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정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제한된 이익에서 주주의 몫이 커지면 다른 이해 관계자의 몫은 줄어든다. 직원과 협력업체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가 줄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그동안 미래성장을 위한 기술 리더십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200억 달러(약 22조8740억 원) 이상의 시설투자와 120억 달러(약 13조7196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와 회사의 가치제고를 위한 현금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 왔다"면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사업성장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업성장과 주주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건,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다. 결국 직원과 협력업체의 몫을 줄여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선 지금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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