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알려면 '인민해방군'을 보라!"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중국군, 중국 정치 필수 코스

'중국 군사 세계'의 연재를 시작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냉전 시대 이래로 발길이 금지된 금단의 땅처럼 되어버린 중국군, 보다 넓게는 중국 군사 문제에 대한 봉인을 풀고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당의 무력 혁명을 통해 세워진 국가로 국가(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전에 당(1921년)과 군(1927년)이 먼저 성립된 나라다. 어려운 말로는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의 국가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군(인민해방군)의 위상이 높다.

중국군의 본질은 '국가의 군(國軍)'이 아니라 '당의 군'

중국군은 1927년에 창군되었기 때문에 내후년(2017년)이 되면 90년의 역사를 갖게 된다. 그 기간 중 중국군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그 중 가장 특이한 점은 중국군은 아직까지도 '국가의 군', 즉 국군(國軍)이 아니라 '당의 군'이라는 사실이다. 혁명과 국공 내전의 과정에서 당의 생존 보장과 공산 혁명의 승리를 위해 존재했던 배경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중국군은 이해하기도 연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군 및 중국 군사 문제는 연구자에게조차도 미개척지가 되어버린 것일까. 일단 중국군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외국어(특히,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해야 하고, 군사 관련 용어에 익숙해야 한다. 게다가 근본적으로는 중국군이 가진 불투명성과 자료 접근의 문제로 인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부정확한 연구가 되어버리기 쉽다.

고백하자면, 국내외에 쏟아져 나오는 언론 보도 혹은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의 분석에서도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둔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중국군을 연구하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시간과 노력)가 많이 든다. 학계의 경우도 이 분야 전공자의 경우에는 주요 학술지가 적기 때문에 대학에 자리 잡기도, 승진하기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이 분야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중국 군사는 중국의 정치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분야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은 현재 그리고 미래 한국의 안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중국군 이해의 몇 가지 주의 사항

우선, 중국군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첫째, 중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overestimation)'하거나 '과소평가(underestimation)'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국내외 언론에서 중국의 '최신', '최첨단' 무기 등이 소개되면 대개 과대평가인 경우가 많다. 역으로 미국을 포함한 군사 선진국의 입장에서 중국군의 '약점'을 지적할 때는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요한 점은 중국군이 일부 무기 체계를 도입한다거나 생산한다고 해서 그들의 전투력이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둘째, 중국 군사에 대한 국내 대부분의 기사 혹은 연구는 전투 서열, 즉 '콩 숫자 세기(bean counting)'와 같은 단순 수치의 제시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전투기 몇 대가 증가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 라는 식의 연구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최근 군 현대화와 동아시아 안보' 같은 주제는 중국군의 전면적인 현대화 과정 중 일부만을 보여 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일부로서 전체를 보는 '오류'에 이르게 만든다. 이와 유사하게 '한-중 군사 교류'와 같은 연구도 필요하나 접근이 쉬운 주제에 속한다. 이 같은 주제로는 중국 군사력의 실체 혹은 변화 추이를 알기가 어렵다.

셋째, 중국의 미래 군사력에 대한 평가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단순 추정법'인데 이는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추정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차의 범위가 늘어날 뿐 아니라 중국 정치 지도자 및 전략가들의 정세 판단, 국내외 주요 요인 간의 상호 작용 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1980년대 10년간 국방 예산을 동결한 점, 그리고 1989년 이후 현재(2015년)까지 국방 예산을 연 평균 10% 이상 지속적으로 증액한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넷째, 중국군을 포함한 모든 군사력의 건설 및 사용은 국가 안보 및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임을 감안할 때, 중국의 당-군 지도부가 군 현대화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가를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는 중국의 중장기 국가 안보 목표>군사적 목표>군사력 건설과 같은 층차(層次)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즉, 중국의 군사력 건설은 다양한 목표 하에 이루어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중국군을 이해하기 위한 주의 사항은 많이 있다. 앞으로는 위에서 지적한 네 가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외에도 다양한 이슈를 다룰 것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로서 필자가 독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맥락(context)'이라고 본다. 특정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그 사건의 배경에 어떤 맥락이 숨겨져 있는지, 보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제공하려고 한다. 시의성 있는 주제도 연재에 포함되겠으나 앞으로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주요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려 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향후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들

1) 중국의 대외 안보 환경에 대한 당-군 지도부의 인식
2) 중국의 전략 문화와 호전성
3) 중국의 군사/국방 전략과 정책
4) 중국의 당-군/민-군 관계
5) 중국의 전력 현대화(육해공군 및 전략 미사일군)
6)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동아시아
7) 동아시아 주요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투사
8) 중국의 방위 산업 변화와 외국 무기·기술의 도입
9) 중국의 미래 전투력 평가 방법
10) 국내외의 중국 군사 연구
"'차이나 인사이트'를 보는 독자들은 중국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입니다."

중국! 누구나 한 마디씩은 말을 거들 수 있는 화두입니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의 역사가 장구합니다. ​1992년 양국 간 수교 이후 경제적-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기사와 담론 또한 '정보 과잉'을 방불할 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종잡을 수 없고 혼란스럽습니다. 우호와 경계, 낙관과 비관이 교차합니다.

<프레시안>은 오랜 시간 중국을 연구해 온 중국 전문가들의 네트워크형 싱크탱크 '지식집단 CK'와 손을 잡고 더욱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중국 컨텐츠 서비스에 나서고자 합니다. 기존 언론과 공론장에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맥락과 이면까지 전달하는 심층 서비스 '차이나 인사이트'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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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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