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아둔한 고집 "너의 길을 가라"

[시사통] 9월 14일 이슈독털

안철수 의원은 일관됩니다. 지난 6일 발표한 입장에서도, 어제 발표한 입장에서도 일관되게 한 줄기를 부여잡고 있습니다. 당 혁신은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관점에서, 체질 개혁에 목표를 두고, 낡은 진보 청산·부패 척결·새로운 인재 영입의 3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원들이 혁신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일관성은 주장의 신빙성을 갖추는 필요조건입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눈길을 끌 만합니다. 하지만 알아야 합니다. 일관성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합리성을 결여한 일관성은 아둔한 고집일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안철수 의원의 주장이 그렇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일관된 주장은 합리성이 아니라 일방성과 자의성의 기초 위에 축조된 가건물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혁신이 실패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고로 혁신 논쟁의 거당적 공론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혁신안 추인을 위한 중앙위원회 연기와 문재인 대표 재신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혁신이 실패했다는 대전제는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입니다. 본인이 설정한 체질 개혁이라는 목표, 그리고 낡은 진보 청산·부패 척결·새로운 인재 영입의 3대 방향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실패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기에 일방적이고 자의적입니다.

체질 개혁이란 목표와 3대 방향이 지극히 당위적인 덕목이어서 보편성을 갖춘 기준처럼 비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말하는 ‘낡은 진보’란 개념은 비어 있으며, ‘새로운 인재 영입’은 현실적으로 혁신의 성공이 선결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선후관계가 전도돼 있습니다. 곳곳이 문제투성이인 주장입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본인의 판단을 시스템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판단한 바를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런 의견 제시가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에 수렴돼야 하고,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그 수렴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 논쟁의 거당적 공론화를 주장하지만 이런 과정은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 최고위원회의의 결의 아래 혁신위가 꾸려졌고, 그 혁신위에서 총 10차에 걸쳐 혁신안을 제시한 후 당내외 논쟁이 벌어졌으며, 그 논쟁 끝에 당무위와 중앙위를 통해 혁신안의 추인이 이뤄져왔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말한 혁신 논쟁의 거당적 공론화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절차를 밟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왜 또다시, 성격상 전혀 다를 바 없는 절차를 밟아야 한단 말입니까? 결국은 당의 공식적인 시스템 하에서 채택된 혁신안을 부정하기 때문 아닙니까? 일 개인에 불과한 자신이 설정한 혁신의 핵심 내용을 혁신위 조직에서 성안하고 당의 공식적인 의결기구에서 채택한 방안보다 우선시하기 때문 아닙니까?

도식적인 논리의 관점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현실의 관점에서 안철수 의원의 주장을 살피면 또 다른 문제가 돌출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혁신의 주체와 대상이 갈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구성원은 모두가 혁신의 주체이자 대상입니다. 이런 모호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선 얼핏 전 구성원의 성찰적 자세가 요구되는 듯하지만 아닙니다. 전 구성원이 정말로 성찰적 자세를 견지한다면 혁신은 이미 끝난 것입니다. 전 구성원이 혁신의 주체임과 동시에 대상인 한 혁신의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그 방법은 공식적인 것이어야 하며 동력은 최대화해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는 그 길을 밟고 있습니다. 혁신위가 마련한 혁신안을 당무위와 중앙위에서 의결하는 절차는 혁신의 공식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을 묻고자 하는 건 혁신위 구성을 주도한 당 대표로서 혁신안의 집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혁신의 주체보다 혁신의 대상인 측면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때 이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비주류와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를 향해 왜 혁신과 재신임을 연계하느냐고 반발하지만 가당찮은 주장입니다. 혁신을 성공시키려면 재신임을 통해 집행력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안철수 의원이 정말 혁신안이 잘못됐다고 느끼면, 그리고 문재인 대표가 가는 길이 잘못됐다고 느끼면 느낀 바대로 행하면 됩니다. 다만 당이 정한 절차와 체계에 따라 하면 됩니다. 중앙위에 들어가 본인이 실패라고 단정 지은 혁신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향해 문재인 갖고는 안 된다고 호소하면 됩니다. 이게 바른 길이고 당당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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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종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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