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재벌 입맛대로' 비정규직 확산 '속도전' 선언

기간제 연장·파견 확대 법개정 추진…"9월까지 마무리"

새누리당 '노동 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제)는 28일, 향후 진행할 노동 시장 구조 개편안에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위한 관련법 개정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 안인 △해고 요건 완화 △임금 피크제 의무화 등에 더해서 이 두 가지 정책까지 올해 중 '마무리'하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목표다.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 업종 확대는 각각 직접 고용 비정규직과 간접 고용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확산할 대표적인 '시장 교란 정책'으로 꼽혀 왔다. 이런 정책이 도입되면 정부-여당이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지목한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되레 더 공고히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처럼 '개혁안 내 모순'을 만드는 두 정책은 앞서 진행됐던 노사정위에서도 주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날 두 사안마저 개편 방향에 포함시킨 만큼, 이번 개편안은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 걸고 개고기를 판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정규직과 청년의 시름'을 덜기 위해 '개혁'을 하겠다고 포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물은 한 축으로는 일자리를 '정규직'답게 만드는 기초 보호 장치를 제거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기존의 '비정규직'마저 더욱 확산하는 '노동 시장 구조 조정'이란 비판이다.

비정규직 위한 개혁이라더니?

새누리당 노동 시장 선진화 특위(특위)의 이인제 위원장과 이완영 간사, 그리고 박종근 전 한국노총 위원장(현 새누리당 고문)은 이날 오전 다른 위원과 함께 1시간가량 특위 첫 회의를 한 후, 기자 회견을 열고 이런 개편 추진 방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개편 방식을 입법-행정이란 '투 트랙'으로 제시했다.

△통상 임금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파견 확대 △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정비 등은 관련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만들어 처리하고, △임금 피크제 의무화 △해고 요건 완화는 고용노동부에 관련 '행정 규칙' 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전까지 정부가 내놨던 개편안보다 그 실행 의지가 한층 더 강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정부도 통상 임금, 임금 피크제 추진을 위한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에 대해선 이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으나, 법 개정은 힘 있게 밀어붙이지 못했었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태인 데다, '비정규직 확대'라는 사회적 반발이 거세질 경우 여론에 민감한 국회에서의 처리가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터다.

그러나 이인제 위원장은 이날 "노동 시장의 낡은 구조를 현대화하는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국회에서의 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에 대해서는 "노동 유연성이 커지면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두 사안이 "노사정위에서는 논의가 안 됐지만 저희는 당론으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폭넓은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도 덧붙였다.

그러나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 허용 확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계가 제시해 왔던 법 개정 방향과 정반대 방향인 만큼, 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다. 노동계는 그간 기간제 사용 기한이 아닌 사유를 제한해야 하며,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파견 허용 업종은 최소화 또는 파견 제도 자체의 철폐 등을 주장해 왔다.

취업 규칙 변경 권한을 기업 손에 주자?

노사정위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였던 △임금 피크제 의무화와 △해고 요건 완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인제 위원장은 이날 "내년(2016년)부터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강제되어서 지금처럼 연공급의 임금 구조로는 이 충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면서 "취업 규칙을 바꾸어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취업 규칙은 노동자 과반수 또는 노동조합의 합의가 있어야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이날 말은 법 개정 없이 '행정 규칙'이란 우회로를 뚫어 기업이 제 마음대로 취업 규칙을 바꿀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포장이 무색하게도, 기업의 일방적인 근로 조건 저하 방책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이 그치는 한국 노동 시장에서, '취업 규칙'은 노동자들의 거의 유일한 보호 규칙과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업 규칙을 노사 합의 없이 바꿀 수 있게 될 때, 개정 대상에 임금 피크제만 오를 거라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쉬운 해고' 활로로 '창조 경제'?

'해고 요건 완화' 완화 정책은 어떤 일자리를 정규직답게 만드는 기준을 통째로 흔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규직 비중이 높은 한국노총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됐던 노사정위 대화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정부 개편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인제 위원장 또한 이날 해고 관련해서 "민감하기는 하다"며 사안의 중대함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저성과 노동자를 위해 회사가 직무 능력을 개발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음에도 안 되는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해석이 분분하다"면서 "이를 규범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례 해석이 불분명하니 시장의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고 기업은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해고 요건 완화'(새누리당 표현으로는 구체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해고 방법을 경영계에 안겨주는 것이다. 형행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회사가 입증했을 때의 정리 해고, 그리고 노-사 협약이나 취업 규칙에 따르는 징계 해고만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아 대량 해고는 번번이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노동자의 성과를 임의로 따져 해고를 가능하게끔 해주는 것은, 노조 탄압과 둘쑥날쑥한 인력 운용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상당하다. 앞서 KT에서 점진적 대량 해고를 위해 불법적으로 시행돼 온 저성과자(C-Player) 퇴출 프로그램이 이후에는 합법화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 "노사정위 재개해야…국회 특위 구성은 비효율적"

새누리당은 이날 노동 시장 개편안 추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은, 국회가 아니라 노사정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지난 4월 노사정위가 결렬된 이후 국회에 새로운 대화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해온 노동계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인제 위원장은 "오늘 특위에서 논의한 결과, 노사정위가 하루 빨리 재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특위는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지난번 퇴장한 한국노총이 하루빨리 노사정위에 복귀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을 드린다.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노사정위를 잘 이끌어오신 김대환 위원장께서 하루빨리 위원장으로 복귀하시도록 의견을 모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노사정위 결렬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으며, 노동계는 김 전 위원장과는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대타협 기구(노사정위)를 놔두고 별도의 타협 기구를 만들 이유가 어디 있나. (노사정위에서) 축적된 많은 논의를 무위로 돌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것도 효율성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사회적 대타협 하자더니, 개혁 완수까지 1달 속도전?

이처럼 첨예한 노사정 싸움과 갑론을박이 예상됨에도, 새누리당은 노동 시장 개편을 9월 중에 마치겠다는 '속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전략적인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지면 이번 정기 국회 안에 입법 개혁도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희망 사항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노사정위도 8월 초에는 재개돼 9월 안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길 기대한다"면서 "노동계와 폭넓은 대화를 하겠다. 간담회도 많이 열고 격의 없는 대화도 나눌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서도 "노동 개혁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야당에서도 저희처럼 노동 개혁을 전담하는 특별 기구를 빨리 만들어서 저희들과 협상을 추진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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