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사장은 22일자 <한겨레>에 실린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분들(국정원)의 관심 대상은 오직 휴대폰"이라며 "주 타깃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타깃'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지난 18일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 씨가 "중국에 있는 내국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킹 대상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무차별적 감염은 가능하지만 감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그렇게 할(무차별적으로 악성코드에 감염시킬) 이유가 없으나,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것은 운영자(국정원)만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개 기기를 감시할 라이센스만 구매했어도 타깃을 바꿔 가며 더 많은 수를 감시할 수 있지 않느냐'는 부분에 대해, 타깃을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휴대폰에서 데이터를 가지고 오는 문제가 있다. 휴대폰을 사용할 때만 조금씩 가져올 수 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자주 타깃을 바꾸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자살한 임 씨가 삭제한 파일 내용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뭘 삭제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메일을 보면 중국 회사의 스마트폰 공격 코드에 대해 자주 확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중국과의 문제를 우려해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답했다.
그는 임 씨의 자살 소식에 대해 "놀랐다"며 "(국정원의) 다른 부서에서는 이번과 같은 일이 생길까봐 진행도 못하던 것을 애국심만으로 소신껏 추진한 분인데 사실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떠나서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정원 내의 다른 부서에서도 RCS 운영을 원했으나 문제 소지 때문에 못했다는 정황, △해킹팀과의 거래 등이 모두 임 씨의 개인적 '애국심'과 '소신'으로 추진된 것으로 국정원의 책임은 없거나 가볍다는 주장, △허 사장이 국정원 내부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다는 점 등이다. (☞관련 기사 : 나나테크 허 사장은 왜 임 씨를 저격했나?)
나나테크 사장들 간에도 엇갈리는 말
그는 국정원과 해킹팀의 거래를 중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동업자인 한모 사장(나나테크 공동대표)이 싱가포르 전시회에 참석해 각종 브로슈어를 가져왔고,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우편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공식 접수 창구인 '사서함 200번'으로도 보내 연락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브로슈어를 본 (국정원) 임직원이 한 사장한테 연락을 먼저 해서 사업이 진행된 것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사장은 같은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회사 일은 50% 지분을 가진 허 씨가 주로 했고, 나는 등기상 공동대표일 뿐 허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며 "허 씨가 해킹팀과 접촉하기 시작한 2010년쯤엔 안면 근육이 굳는 등 건강이 나빠져 1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회사에 나갔다. 그 뒤로는 회사 사정을 더 잘 모른다"고 했다.
한 사장은 "회사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연루된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허 씨에게 하루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도 남겨놓았지만 응답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이 허 사장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국정원과 거래해 왔다는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허 사장과 자신의 회사가 합병(2006년)된 직후 국정원이 의뢰한 통신망 공사를 낙찰받아 시공한 적이 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 사장은 자신이 해킹팀에 보낸 메일에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불법이라 고객을 찾기 어렵다'거나 '고객들 중 하나는 경찰청'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회사로서는 독점권을 지키기 위해 해킹팀에 (우리 회사가) 영향력 있는 회사임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거나 "한국 내에 아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때로는 커미션(수수료)을 많이 받기 위해 과장하고 꾸며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해킹팀이 나나테크 외의 다른 한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른 회사는 불법을 무릅쓰고 해킹팀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거나 '경찰에 아는 사람 많다'는 식으로 영향력을 과장했다는 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