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그래, 지민아
그게 연필이란다. 신기하지?
네가 그걸 쥐고 손을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선을 낳는단다.
손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네 기분대로야.
아니 기분이 아니라, 네 마음.
오호, 선을 보니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드러운 것도 아니군.
사랑하는 세 살 조카야.
놀이방은 새해 첫날이라고 무조건 쉬는 날이고,
24시간 김밥집 하는 네 엄마 아빠는 오늘도 일 나가시고
내가 너를 보러 왔단다.
먹을 거 달라고, 놀아달라고
아휴, 성가셔
종이에다 연필 하나 쥐어줬더니
혼자 잘 놀고 있는
착한 지민아.
네 마음이 그려낸 선들은
괴물도 아니고 꽃도 아니고
새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형체를 가지지 않은
오직 무한한 마음일 뿐.
네가 지금 하느님을 그리고 있구나.
우리 어른들도 지금 너처럼
하느님 마음에서 출발하였다가
저마다 다른 그림을 이 세상에 그려가고 있단다.
어떤 인생은 썩은 과일을 그리고 있고
피 묻은 칼을 그리고
병든 짐승을 그리고
어떤 인생은 푸르른 산을 그리고 있고
사람들의 포옹을 그리고
가려운 땅을 긁고 가는 쟁기를 그리고 있구나.
내가 그리는 내 인생의 그림은 뭘까.
작년의 그림은 뭐였고
올해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까.
세 살짜리 아이는 하느님의 마음을 그리고 있고
그런 너를 보는 새해 첫날,
나는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오직 하나의 선만을 그리련다.
착한 마음으로 선 하나를 긋듯이
오늘 하루를 살고
내일 하루에 또 다른 착한 선을 그려 넣고
그렇게 올 한 해 무척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을 그리게 되기를.
이게 어찌 삼촌 하나의 소망일까.
올 한 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려질까.
네 거침없는 하느님 그림을 보고
나는 그만 두렵게 설렌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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