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남경필-이재정 '메르스 연정'

文, 경기도청 방문해 "여야 떠나 힘 모아야…초당적 협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대책 협력을 다짐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선 후 '연정' 실험으로 관심을 모은 남 지사와, 중도로의 외연 확대를 고민해 온 문 대표가 마주앉은 자리여서 관심이 쏠렸다. 휴업·휴교 중인 학교와 유치원이 전국에 1000여 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이 회동에 참석했다. 새정치연합과 경기도,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회동 후 메르스 관련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지역사회 감염 등 최악의 상황 가정해야"

문 대표는 5일 오전 경기도청을 찾아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는데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지만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 당은 초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표는 중앙정부를 향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과 공조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현장에서, 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정치인은 국회에서 각자 서로 공조하고 협력하면서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메르스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특히 "정보 공개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 간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위기관리 조치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볼 때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메르스가 지역사회 전체로 감염돼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가 안전에 있어서 적당한 수준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경필 "오늘부터 공무원이 자가격리자 1대1로 지원"

남 지사는 "문 대표의 방문으로 초당적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하며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여야 대표가 이런 부분에서 합의를 해 주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문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질병과의 전쟁과 공포심과의 전쟁,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공포와의 전쟁은 정치권이 막아달라"며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당장 민간 병원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차원의 정확한 보상 지원 약속이 필요하다"고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남 지사는 추미애 새정치연합 메르스특별대책위원장이 "자가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데 대해 "오늘 오후부터 경기도 공무원을 자가격리된 모니터링 대상자 자택에 한 명씩 보내서 1대1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대책을 설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정보 공유가 안 돼 학부모들이 많이 불안해 한다"고 우려하며 "정보공유를 어느 정도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도내 900개 학교 중 830개가 미리 예정됐던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을 취소하게 되면서 위약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남경필 "정부, 정보 공개하라" 한목소리 촉구

새정치연합과 경기도,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회동 후 "메르스 확산 방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4개항으로 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지역 보건당국의 효율적 환자·접촉자 관리를 위해, 의료진은 물론 국민에게 메르스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정부에 촉구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제1야당과 보조를 맞춰 정부를 압박했다는 면에서 관심을 모은다. 합의문에는 "서울과 경기 등을 포함한 광역단체 간 정보 공유와 협력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한다"는 내용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정치연합 소속이다.

이들은 또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교육청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과 협의·협력해 격리병실 확보를 위한 민간의료 시설 지원 등 필요 예산을 편성하고 관련법 정비에 신속히 나선다"고 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 2번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맨 왼쪽)이 6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메르스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의사 출신인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도 이날 개인 성명을 내어 "메르스 퇴치를 위한 전 국민 협력체제가 필요하고, 냉정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함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의사 출신으로서 제 판단도 그렇고 주위의 많은 전문가, 의료계 종사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라고 '냉정'을 강조하면서도 "당장 병원 정보 등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이 알아야 할 사항들을 공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정보에 의존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당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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