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보훈처 '제창 안돼' 입장에 새정치 "가서 부르겠다"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안 된다는 주장을 꺾지 않으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올해도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게 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 "노래 문제 하나로 시민이 정부 행사 외면하게 해…朴정부 한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4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올해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과 시민이 없는 반쪽짜리 행사로 열리게 됐다"며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2008년까지 10년 넘게 제창되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합창만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는 지난 2013년 6월 여야 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며 "합창이냐 제창이냐 하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서 공식 기념행사를 광주시민이 외면하게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이 정부가 참으로 옹졸하고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은 김성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당당히 제창할 것"이라며 문 대표 및 지도부는 정부 기념식에 참석하고, 시민단체 등이 주관한 별도 행사에는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새누리, 당 차원 입장 없는 가운데 '갑론을박'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이뤄진 여야정 3자 회동 당시 "제가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말했었지만, 공안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뚜렷한 이유 없이 "절대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등 여당 내부에서도 여러 입장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반대 이유로 "19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열망하며 부르던 그 노래와 지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 노래는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노래의 가사나 곡조 등은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아무 차이가 없다. 또 김 의원은 "김정은 정권은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속으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2013년 6월 여야 합의로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 '국론 분열'이라는 혐의는 오히려 박승춘 보훈처장 등 기념곡 지정 반대파에 둬야 적절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도 이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같은 당 하태경 의원으로부터 "북한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부른다고 안 부를 거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해마다 나오는 논란에 기름 부은 보훈처

정치권의 이같은 논란은 보훈처가 전날 "야당 및 5.18 단체에서 행사 식순에 반영하여 제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정부가 검토한 결과, 노래의 성격에 대한 논란으로 제창하기가 어렵다"며 "1991년 황석영·리춘구가 공동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됨으로 인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되었다"고 주장한 데서 촉발됐다.

보훈처는 또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거나 "보훈·안보 단체는 '일부 단체들이 민중의례에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 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고 애국가 대신 부르는 이 노래를 정부 기념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창 불가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는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보다도 한참 더 '반공 보수'에 가까운 주장이다. 특히 이 노래의 작사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소설가 황석영 씨라는 것이 정설인데도 보훈처가 "작사자 등의 행적"을 언급한 것은, 엄연히 국내에 있는 원작자를 부정하고 '작사자는 월북한 반체제 인사'라는 근거도 희박한 일부 보수단체 측 주장을 인용한 것이어서, 백 소장과 황 씨 등에 대한 명예훼손 논란까지 일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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