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표 결과가 속속 나오며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당한 참패는 전통적인 '친노-비노' 갈등을 재연할 소지마저 있다. 양승조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뜻과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최소한 2곳 정도는 이겨야 의미 있는 승리"라면서 광주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이렇게나 강조했었다.
"광주는 국민들께서 잘 아시다시피 새정치연합의 심장 부분 역할을 한다. 그런 광주에서 천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의 1차 분열에 이어 2차로 야권 전체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달리 말씀드리면 정권 교체의 길이 험난해지고 멀어지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도 하기 때문에 광주에서의 승리는 아주 중요하다."
양 사무총장의 말에는 배경이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 지역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문재인 현 새정치연합 대표로 상징되는 '친노 그룹'에 대한 비판적 여론 지형을 형성해 왔다. 참여정부 초기의 대북 송금 특검 사건이 결정적 계기였다.
문 대표는 올해 2.8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비노' 구도를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라고 비판하며 통합을 유난히 강조했고, 당권을 잡은 이후에도 당직 탕평 인사를 하며 진정성을 발휘했지만, 오히려 문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첫 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친노 지도부'로 찍힌 이들 지도부에 등을 돌린 셈이 됐다.
이에 따라 본인의 불출마 선언까지 하며 내년 총선을 준비해온 문 대표로서는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악재와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장 지난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나, 지난해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물러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당내 '비노' 그룹에서 문 대표의 지도력에 대해 의심스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내년 총선 공천 작업을 앞두고 문 대표가 당 내에서 이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이번 선거 패배로 더 높아졌다.
또 당 외부에서 '야당 교체'를 주장하며 신당 창당을 추진해 온 국민모임 등이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새정치연합 비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민모임은 정동영 후보가 서울 관악을 보선에서 3위에 그치면서 스스로도 타격을 입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재보선에 참패한 새정치연합에 비판적인 여론 환경에 조성된다면 이를 자양분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는 정당"을 강조하며 범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해온 문 대표의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 대표는 지난 주에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27.9%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20일 리얼미터 조사. 홈페이지에서 조사결과 바로보기) 상한가를 기록해 오던 중 발목을 잡힌 셈이 됐다.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광주에서의 패배는 물론, 수도권 3곳에서 전패한 것은 "이기는 정당", "누가 이길 수 있느냐"던 문 대표의 지난 언급을 무색하게 하기 때문.
한편 재보선 결과는 내달 7일로 예정된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범주류 계열의 후보들은 일정 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노 그룹 등 비주류 측의 대표를 자임하거나 호남 출신임을 내세우는 후보들에게는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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