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가능성 열렸다

41년만에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금지규정' 포함 안돼

한미 원자력협정이 42년 만에 개정됐다. 협정 개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와 관련, 향후 한국이 재처리를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박노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에 가서명했다. 이후 협정안이 양국 대통령의 재가와 의회 비준 등을 거쳐 정식으로 통과되면 1973년 협정을 대체하게 된다.

▲ 박노벽(오른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에 가서명한뒤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협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우라늄 저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향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두 사안을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새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우라늄 저농축의 경우 기존 협정에는 농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20% 미만으로 저농축할 경우 양국이 합의하여 추진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방식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와 관련, 개정된 협정에서는 한국이 보유한 현재 연구 시설에서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첫 단계 연구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양국은 위 사안을 포함해 새롭게 개정된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추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차관급의 상설 협의체(고위급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후속 연구는 2020년까지로 계획돼있는 양국 공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위급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밖에 사용후핵연료 연구 등 핵 활동과 관련해 기존에 일일이 미국의 사전 동의를 얻어왔던 것을 협정 기한 내 포괄적 장기동의 형태로 바꿔 자율성이 늘어난 측면도 주목할 대목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인 저장, 수송, 처분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한미 간 기술협력을 확대·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협정에 대해 "원전 이용국, 수출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에 부합하는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반영했다"고 자평했다. 또 앞으로 핵에너지 사용과 관련해 국제적인 여건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협정의 시한을 20년으로 단축했다면서 "현행 협정이 미국에 의존적이고 일방적으로 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러한 점들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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