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노동당, 정동영으로 후보단일화 성사
이 가운데 노동당과 국민모임은 10일 오후 양자 간 단일화가 성사됐음을 밝혔다. 관악을 출마를 선언한 노동당 나경채 대표가 불출마하고, 노동·복지·탈핵 등 5개 분야의 공동 정책을 채택하는 내용으로 선거 연대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저는 오늘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제1야당 교체의 가능성을 진보정치가 열린 마음으로 통 크게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한 결과, 불출마를 통해 후보단일화 문제를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국민모임 정 후보의 갑작스러운 출마는 진보진영 선거 연대에 심각한 난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유감스러웠다. 4자 연대가 무산될 위기가 오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7일 정 후보는 당사를 방문해 제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노동당에 재보선 공동정책과 이후 만들어질 새로운 진보정당의 방향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 저희들은 제안서가 그동안 노동당이 다듬어 온 정책 및 진보정치의 발전방향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선거 연대 성사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당과 국민모임이 합의한 '5대 공동정책'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및 노동 주도 경제 회생(최저임금 1만 원, 파견노동 철폐 등), △보편복지 확대(무상급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민생경제 및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실현(전월세상한제, 연기금으로 사회주택 확보 등), △핵발전소의 단계적 철폐 및 세월호 진상규명,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 등이다.
국민모임은 "불출마로 '박근혜 정부 심판, 제1야당 교체'의 불씨를 살리고자 통 큰 결단을 내린 나 대표와 노동당 당원들께 깊은 경의와 감동을 표한다"며 "나 대표와 노동당원, 국민들의 염원을 무겁게 받들어 관악을에서 반드시 승리해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할 것"이라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혔다.
정의당과는…단일화도 아니고, 단일화가 아닌 것도 아닌?
나 대표의 불출마 결정으로, '진보 통합' 논의에 참여한 4자 소속 정치인 가운데 관악을 후보로 나선 이는 정 후보가 유일하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단일화가 성사된 모양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라는 말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정의당은 전날 "4월 재보궐선거에서 4자 간 공동 대응을 논의해 왔으나,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만큼 신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후보단일화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혔다.
당초 전날인 9일 오전까지만 해도 정의당을 포함한 4자 연대가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으나, 정 후보가 같은날 오전 이들과의 협의 없이 후보 등록을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후보 등록을 정의당 등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이면서 정의당 내부의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것. 특히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 최근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관련기사 : 정동영 "노무현, 세상 바꾸지 못했다") 등을 이유로 처음부터 정 후보에게 부정적이었던 구 국민참여당계 당원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9일 정의당 긴급상무위원회에 참석했던 박원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의당 내에서 그의 과거행적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당원들의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같은 글에서 "정의당은 원내정당으로서 책임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4자 연대를 추진해 왔지만, 국민모임의 정치적 미숙함과 목적과 수단을 분간 못 하는 정 후보 측의 방약무인함을 더 이상은 용인할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상황이 '단일화가 아닌' 이유라면 '단일화가 아닌 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정황도 있다. 정의당은 같은 논평에서 "관악을 이동영 정의당 예비후보의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타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이미 출사표를 쓴 자당 후보를 사퇴시키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박 의원 등 정의당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정동영 지지가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당 차원은 물론 지역에서도 그 어떤 형태의 선거 지원이나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10일 오전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보 4자 연대를 지속하기 위해서 저희 후보가 결단을 내린 것이고, 그런 점에서 '정동영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사퇴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 다만 향후에 선거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논의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일도 일어났다. 정의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치자, 권태홍 당 사무총장이 나서 "긴급상무위에 심 원내대표는 몸이 아파 참석하지 못했고, 회의의 결정에 대해서 오해가 있었다"며 "혼선임을 확인했다. 사과드린다"고 당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권 총장은 참여당 출신이다.
국민모임 "4자 연대 신뢰 훼손 사과…광주·인천 정의당 후보 지지"
정의당도 이처럼 후보 사퇴 결정에다 내부의 '혼선'까지 겹쳐지며 홍역을 치렀지만, 국민모임도 정치적 역량 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양 측 모두 상처를 입은 셈이 됐다. 특히 정 후보는 대선 후보까지 지낸 '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여, 향후 새누리당 및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의 본선 3파전을 앞두고 얻을 '단일화 시너지 효과'의 크기에도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국민모임은 이날 오후 오민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측의 본의 아닌 불찰로 연대의 신뢰를 훼손하고 4자 연대에 장애를 조성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모임은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안타깝지만, 이동영 예비후보가 후보등록을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었지만, 진보 결집과 야권 교체를 위해 정의당 강은미 후보(광주 서을)와 박종현 후보(인천 서강화을)를 지지하며 이들의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정의당은 이에 대해 아무 입장도 내지 않았다.
한편 4자 연대의 한 축인 노동정치연대는 결국 정 후보와의 단일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은 "아쉽게 4자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 정신 자체는 계속 가져가야 하고, 이를 토대로 진보 결집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 후보가 당선되거나 나름대로 선전하기를 바라고, 그와 관련한 대응 수위는 추후 논의해 선거운동기간 시작 전(16일)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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