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태 "박근혜 정부, 일말의 신뢰마저 기만"

"정부 시행령, 세월호 특별법 위반…진상규명 방해법인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은 2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약속이 진실이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조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며 "정부의 시행령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은 우리(특조위)가 갖고 있던 일말의 신뢰마저 완전히 기만하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진상규명 약속의 진실을 확인하고 "특조위 시행령안을 (국무회의에) 의안으로 제출해 줄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당대표에게도 만남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합의로 만든 특별법이 행정부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만큼 이를 성토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가족과 사회원로 및 종교계 지도자, 국민 및 국내외 언론사를 만나 정부 시행령안의 문제점을 알리고 "특조위가 제대로 출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입법예고 기간(3월 27일~4월 6일)이 끝나기 전에 정부가 시행령안을 자진 철회하도록 전방위로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특별법 무력화 시도 시행령안 철회'를 촉구했다. 왼쪽부터 김서중 비상임위원,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회 소위원장, 이석태 위원장, 장완익 비상임위원,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회 소위원장. ⓒ프레시안(이명선)

이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은 정부가 제대로 밝히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철저히 규명하라고 만든 법"인데, "정부안은 위원장이 해야 할 각 소위원회 기획조정 업무를 1차 조사대상 기관인 해수부 파견 공무원들이 담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조사결과의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특조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안은 특조위가 제안한 3국 1관(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기획행정담당관)을 1실 1국 2과(기획조정실·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로 바꿨다.

무엇보다 진상규명국을 '조사기획과·자료정보과·조사1과·조사2과·조사3과'에서 '조사1과·조사2과·조사3과'로 축소했다. 사무를 지원하는 기획행정담당관을 기획조정실로 격상해 권한을 확대했으며, 기획조정실 실장은 정부에서 파견된 고위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했다. 안전사회과 역할은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재해·재난 예방'으로 한정했다.

특조위가 요구한 인력 120명도 90명으로 줄였다. 시행령 8조는 "공무원 정원은 위원장 등을 포함한 120명으로 한다"고 했지만, "영 시행 시 공무원 정원은 90명"으로 제한해 정원을 늘리려면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그는 이어 "특조위가 시행령안의 주체인데, 해수부가 시행령안을 준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령상 해수부는 시행령 성안 초기부터 특위 위원장과 협의해야 하고 입법예고 전에 시행령안을 보내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멋대로 생략했다"고 비판했다.

해수부는 특조위가 2월 17일 제출한 '직제 및 예비비 요구(안)'에 대해 지난 11일까지 한 달여간 의견을 회신하지 않았다. 또 시행령안 입법예고 전날까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잠정안'을 특조위에 보내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시행령안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된다면, 세월호특별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시행령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조위 내부 문건이 청와대 및 정부여당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영빈 소위원장 "정부 시행령, 그 자체로 위법·무효"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회 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시행령안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정부의 시행령안에 대한 소위원장의 입장'을 별도 발표했다.

권 소위원장은 먼저, 위원회 직제 및 업무는 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세월호특별법을 무시했다며 "정부 시행령안은 법령을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핵심부서인 진상규명국 조사1과를 파견공무원이 맡게 해 정부가 진상규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정부의 시행령안은 법령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휴지 조각"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입장 전문이다.

'정부의 시행령안에 대한 소위원장의 입장'


첫째, 정부의 시행령안은 위법령이다. 3월 27일 입법예고된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그 자체로 위법·무효다.

세월호특별법은 위원회를 업무와 사무로 구분한다. 즉, 사무처는 위원회 업무를 행정적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법 18조에 규정되어 있다.

위원회 업무는 각 소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진상규명업무, 안전사회업무,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도록 특별법 16조에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위원회 활동 종료 후 잔존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무처를 3개월간 존속시키는 특법법 규정에 의해서 분명히 확인된다.

특별법 49조는 3개월간 존속하는 사무처의 범위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이 다 끝난 후 위원들이 일선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사무처만 3개월간 존속해 잔존 사무를 처리하게 되어 있다.

특조위 시행령안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이 끝나면 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은 해산하고 다만 사무처장 밑에 있는 기획행정담당관만 남아서 3개월간 잔존 사무를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의 시행령은 사무처 소속의 기획조정실뿐 아니라 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 등 사무처의 모든 직원 85명이 위원회 활동 종류 후에도 3개월 동안 잔존 사무를 처리하게 된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시행령안이 안고 있는 이런 문제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특별법은 사무처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무처를 두고 특별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안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해서는 위원회 규칙에 남겨야 하는데, 해수부 시행령안은 특별법을 위반해서 시행령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것은 결국 특별법령을 벗어난 것으로, '시행령이 위법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둘째, 진상규명 업무와 관련해 정부의 시행령안은 특조위를 파견 공무원이 장악한 관제기구로 만든다. 정부의 시행령안을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 파견 고위공무원인 기획조정실장이 운영하는 특조위'다. 이는 특별법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안에 따르면, 진상규명의 핵심부서인 조사1과를 파견공무원이 맡게 된다. 조사1과장의 업무는 진상규명업무 총괄, 특검 요청, 청문회 실시, 중간 보고서 작성 등 진상규명에 관련한 핵심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조사1과장을 파견공무원으로 한다면, 진상규명의 중요한 조사 대상인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것은 진상규명 활동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정부의 시행령안은 조사1과장의 업무를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 조사의 분석 및 조사'로 국한해서, 결국 특조위의 진상규명 업무는 정부 부처의 조사 결과에 면죄부를 부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은 법이 정한 진상규명 업무를 시행령이 근거 없이 축소 규정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법령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얼마나 급속하게 졸속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문장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 안전사회과장의 업무에 대해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안전한 사회건설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상황'. 뜻을 해독하기 어렵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지금까지 지적한 것 외에도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시행령안에 대해 항간에 떠오르는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방해특별법 시행령안'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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