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미 8주기 앞두고 또… 삼성전자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

반올림 "똑같은 죽음이 8년 동안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삼성전자 엘시디(LCD) 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노동자가 악성 혈액 질환으로 또다시 사망했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는 고(故) 조은주 씨로, 삼성전자 입사 3년 만에 골수이형성증후군(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인 지난 10일 숨을 거뒀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16일 보도자료를 내 조 씨의 부고를 알리며 "8년 전 세상을 떠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故) 황유미 씨와 똑같은 죽음이, 8년 동안 이어져 왔고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1992년 출생한 조 씨는 지난 2010년 7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조 씨가 맡은 업무는 대형 LCD TV 불량검사 작업을 통해 선별된 불량품들을 약품으로 닦아내는 일이었다. 입사 이후 줄곧 과다 업무 등에 시달리던 조 씨는 2013년 9월께 근무 중 고열이 나고 입술이 파래지고, 피부 발진이 나는 등 이상 증상을 보였고, 결국 병원에서 혈액암 진단까지 받았다.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아오던 조 씨는 최근 골수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급격한 병세 악화로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지난해 8월 21일 '직업병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프레시안

"반도체-LCD 공장 산재, 보상보다 보호 대책이 더욱 시급"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발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보상안에 따르면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보상 대상 질환에 포함된다. 그러나 조 씨가 보상을 받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검사 때마다 골수이형성증후군,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 등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에서 조 씨에 대해 골수이형성증후군이 아닌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으로 인정할 경우 조 씨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 측에서 보상 대상 질병을 굉장히 협소하게 정해, 같은 계통이지만 약간의 차이로 어떤 질병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반올림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이번에 산재로 승인된 혈액 질환, 뇌종양, 유방암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직업병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반도체, LCD 공장 내에서만 200여 명이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삼성과 직업병 피해자 교섭, 첫걸음은 뗐지만…")

이 노무사는 나아가 삼성전자 측이 산재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유미, 조은주 씨 예처럼 반도체, LCD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보상 문제도 중요하지만, 산재를 방지할 보호 대책이 더욱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오는 3월 6일 고 황유미 씨의 8주기를 맞아 3월 첫째 주를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추모식, 집단산재신청, 피해자증언대회 등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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