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제 손으로 만든 '선진화법' 헌재 심판대에

직권상정 금지·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 권한쟁의 심판 청구

새누리당이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한 국회법, 일명 국회 선진화법 일부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30일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법의 직권 상정 금지 조항,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 등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헌법 49조)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이 잘못됐다면 입법권을 가진 국회 안에서 논의해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을 헌재로 가져가게 된 표면적 계기는 북한인권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계류다.

새누리당은 앞서 북한인권법에 대해선 국회의장에게 '심사 기간 지정'을 요청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두 요청 다 선진화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거부당한 상태다.

북한인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계류가 계기

법상(국회법 85조1항) '심사기간 지정'은 국가 비상사태에 있거나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대표 간 합의가 있지 않다면, 안건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없다.

이는 민감한 쟁점 법안이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법안임에도 어느 한 정당이 '날치기'를 함으로써 국회가 파행을 빚었던 과거 사례들의 재발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와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건의 취지 역시 과반 정당의 단독 법안 처리를 막자는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이날 권한쟁의 청구 배경은 이러한 법 개정 취지를 '무위'로 돌리고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한 북한인권법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신속히 처리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인권법의 경우, 대북 전단(삐라)을 살포하는 보수 대북단체들에 자금 지원을 허용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민영화' 활로를 열어주는 법안이란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국회 선진화법 개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주호영)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 활성화 및 민생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함에도 엄격한 법 규정으로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떠한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재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법을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경제활성화 법안, 민생 법안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거니와, 법안 심사 과정 자체가 그런 논란을 다루는 일인 만큼 무조건 '속도전'에 열을 올릴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 손으로 만들고 헌재 가져가 '판단해 달라'

더욱이 제 손으로 만든 법을 헌재로 가져가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하는 모습은, 새누리당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입법권을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을 공약으로 내세워 과반 정당이 됐고, 2012년 5월 초당적 합의 속에 선진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누리당이 이제 와 야당과의 법안 협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진화법을 손질하고 싶어도, 제 손으로 '칼질'을 하는 것은 어색한 그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약속 뒤집기, 한심한 작태라는 비난을 받기 싫어서 헌재에 '내가 만든 법이 잘못된 거 아닌지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새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선진화법은 야당이 날치키 시킨 것이 절대 아니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일 때 만들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찬성표를 던진 법안"이라면서 "법 규정이 잘못됐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침 뱉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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