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에 '유배'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권성민 PD를 해고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문화방송본부(이하 MBC 노조) 등이 부당 해고라고 반발했다.
MBC 노조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권성민 PD의 부당 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예능국 소속이었던 권 PD는 지난해 5월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엠XX 피디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관련 MBC 보도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글을 올렸다가 회사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MBC는 권 PD를 비관련 부서가 있는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발령 냈고, 권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담아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을 3차례 연재했다. 권 PD는 이 웹툰에서 "엠XX PD입니다", "유배 중이죠", "꼴도 보기 싫으니까 수원으로 가렴" 등의 자조적인 표현을 썼다.
MBC 사측은 권 PD가 회사의 전보 조치를 '유배'로 표현한 것은 취업규칙 위반이며,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권 PD를 해고했다고 21일 밝혔다.
MBC 사측은 "그릇된 정보와 선동을 전파하려는 일탈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 근절함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MBC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부연했다.
MBC 노조는 반발했다. "'유배'를 유배라고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군사 독재 시절에서 일어날 법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김광선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은 "입사 3년 차인 권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감동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앳되고 순한 친구였다"며 "MBC는 그런 친구를 6개월 정직도 모자라서 유배 보내고, 유배 보내자마자 웹툰 하나 그렸다고 해고했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정책국장은 "MBC가 다른 소리 한 번 했다고 입사 3년 차 PD를 해고해서 제작의 자율성을 무너뜨린 것에 분노하고, 정권에 빌붙어 후배들 목을 자르고 입 다물라며 폭압의 정치를 하고 있는 MBC 사장들이 MBC 선배라는 것이 부끄러워서 또 분노한다"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 회원들과 기자들은 "우리가 권성민이다", "나를 해고하라", "나를 고소하라" 등의 문구를 외치며 해고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권 PD뿐만 아니라 MBC 안에서 수많은 언론인이 해고되고 징계받고 유배지에 가 있다"며 "소송에서 계속 이기지만, 사측은 항소하고 또 해고한다. 찍소리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 다른 조직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그들의 입을 막고 누군가(정권)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노골적인 권력 편들기 편향 보도와 왜곡 보도로 MBC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으며, 권 PD는 추락한 MBC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 사람"이라며 "MBC는 부당 해고를 철회하고, 권 PD와 해직 언론인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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