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슈퍼 유틸리티' 넘어서려면

[베이스볼 Lab.] 만만치 않은 내야 경쟁자들

17일(한국시각), 미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와 4+1년 165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류현진에 이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두 번째 선수이자, 한국인 내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낼 계획은 전혀 없지만, 일단은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또 유격수는 물론 3루와 2루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따라서 강정호는 데뷔 시즌인 올해 벤치에서 ‘슈퍼 유틸리티 내야수’로 개막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정호가 경쟁을 펼쳐야 할 피츠버그 내야진 주요 선수들에 대해 살펴보자.

닐 워커(29세, 우투양타. 포지션: 2루수)

2014 성적: .271/.342/.467 23홈런, fWAR 3.7
통산 성적: .273/.340/.432 77홈런, fWAR 13.0

▲ 닐 워커 ⓒdbking
전 메이저리거 선수였던 탐 워커의 아들인 닐 워커의 별명은 ‘피츠버그 키드’ 혹은 ‘홈타운 키드’이다.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팬으로 자란 닐 워커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고향팀에게 1라운드 지명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2010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래 2루수로는 드물게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며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인 23홈런을 기록했고, 규정타석을 채운 2루수 중 3위에 해당되는 .809의 OPS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워커는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문제가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이다. 2년 후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 되는 워커가 ‘홈 디스카운트(선수가 소속팀에 대한 애착 때문에 시장가격보다 낮은 조건에 팀에 남기로 선택하는 것)’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피츠버그가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2017년 이전에는 워커와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력와 인기를 모두 갖춘 워커의 자리는 사실상 붙박이나 마찬가지다. 부상이나 트레이드가 있지 않은 한, 강정호가 워커를 제치고 주전 2루수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디 머서(28세, 우투우타, 포지션: 유격수)

2014 성적: .255/.305/.387 12홈런, fWAR 2.0
통산 성적: .263/.314/.404 21홈런, fWAR 3.7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유격수들의 평균 타격라인은 .255/.310/.367에 OPS는 .677이었다. 이에 비해 머서는 우타자에게 불리한 PNC 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255/.305/.387로 MLB 유격수 평균을 살짝 웃도는 성적을 냈다. 구장으로 인한 손해를 감안하면, 리그 평균의 유격수보다 약간은 나은 공격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수비에서는 에러가 적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는 평이다. 다만 수비 범위가 넓다고 볼 수는 없기에, 유격수 수비도 평균 내지는 평균보다 약간 나은 정도라는 평가가 많다.

전체적으로 조디 머서는 공수 양면에서 중간 이상은 가는 선수다. 하지만 기량이나 재능이 아주 특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강정호가 먼저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고,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경쟁해볼 만한 상대다.

조쉬 해리슨(27세, 우투우타, 포지션: 3루수)

2014 성적: .315/.347/.490 13홈런, fWAR 4.9
통산 성적: .282/.314/.428 20홈런, fWAR 6.1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피츠버그의 주전 3루수가 조쉬 해리슨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3년까지만 해도 해리슨은 확실한 자기 포지션 없이 온갖 포지션을 오가며 주로 좌완투수를 상대로 출전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2014년 3할 타율(0.315)에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때려내며 대폭발,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도 선발 3루수로 나올 확률은 100%에 가깝다.

다만 해리슨에겐 큰 물음표가 하나 붙어있다. 바로 BABIP(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다. 해리슨의 BABIP는 2011년 0.304, 2012년 0.259, 2013년 0.253으로 매년 리그 평균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해 왔다. 그러던 BABIP 수치가 지난 시즌 0.353(리그 9위)으로 갑자기 뛰어올랐다. 이는 작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전체 9위에 해당한다. BABIP 수치는 매년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지만, 해리슨처럼 갑자기 큰 폭으로 폭등한 경우 다음 시즌에는 자신의 통산 기록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만약 해리슨의 2015 시즌 BABIP 수치가 본인 커리어 BABIP인 .313으로 수렴할 경우, 해리슨의 타율을 비롯한 각종 타격 성적도 예년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해리슨이 다시 예전처럼 별 볼 일 없던 선수로 돌아간다면, 피츠버그의 3루수 자리는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강정호에게는 기회다.

션 로드리게스(29세, 우투우타, 포지션: 유틸리티)

2014 성적: .211/.258/.443 12홈런, fWAR -0.2
통산 성적: .225/.297/.372 45홈런, fWAR 5.8

션 로드리게스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포지션은? 포수와 투수뿐이다. 말 그대로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슈퍼 유틸리티 선수이자 군대에서 바르는 ‘빨간 약’ 같은 선수다. 어느 포지션에 기용해도 그런대로 괜찮은 수비력을 발휘하기에, 이런 선수를 데리고 있으면 감독의 선수단 운영이 아주 편해지는 면이 있다.

대신 통산 타율(0.225)에서 볼 수 있듯이 타격 정확도는 크게 떨어지는 편이며, 지난 시즌 타석당 삼진이 25.5%에 달할 정도로 삼진을 자주 당하는 편이다. 지난 2시즌 동안 션 로드리게스가 유격수로 나온 경기는 8경기뿐.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유격수급의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유격수 자리의 경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몸값도 1년 190만 달러로 강정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내야 주전 자리가 생길 경우, 더 긴 계약기간에 많은 몸값을 받는 강정호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가는 게 당연하다. 팀 내 위상 면에서 앞에 언급한 선수들은 물론, 강정호와도 비교 대상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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