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주 먹여살려? '짬자미' 현실 파헤쳐보니…

[중국 '왕서방'에 잠식된 제주도‧②] 중국인 '끼리끼리' 유통되는 구조

2010년 2월부터 부동산 투자이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는 2014년 연말 기준으로 여의도의 2배가 넘는 땅이 중국인 소유라고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있도록 조절한다면 아무 문제점도 생기지 않지만 지금의 제주도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중국인 부동산 매입은 관광단지인 제주도 경관은 물론, 이곳에서 사는 지역주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 제주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 연말 프레시안에서는 2박3일간 제주도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제주도의 상황이 어떤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삼겹살집 점원이 현관 앞에서 연신 중국어를 외치고 있었다. 입김이 나오는 영하 날씨였다. 그래도 좀처럼 손님으로 가게를 채우지 못했다. 주말 저녁임에도 행인 숫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 12월 20일 제주도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의 작은 중국' 바오젠 거리의 풍경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바오젠 거리는 한산했다. 12월이 여행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국인의 발걸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의 작은 중국’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였다.

"3년 전에는 그래도 장사가 잘 됐어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죽만 쑤고 있어요. 한 번 둘러보세요. 여기에 중국인이 많이 다니나요? 중국인이 자주 온다는 소문 때문에 보증금과 월세만 올랐고 한국인 발걸음은 끊겼죠."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기자 질문에 '따발총 하소연'이 이어졌다. 바오젠 거리에서 6년 동안 인형가게를 운영해온 박영기(가명,46) 씨는 그렇게 쏟아낸 뒤 한숨을 내쉬었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이날 기자가 만난 다수 상인은 입을 모아 '장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들의 싹쓸이 쇼핑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던 이곳이 왜 이렇게 됐을까.

▲ 주말임에도 바오젠 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프레시안(허환주)

중국인 홍수 속 제주도, 결국 중국인들 좋은 일만…

2014년 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81만여 명이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87%를 차지한다. 2011년에는 57만2047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108만4094명, 2013년 181만2172명으로 매년 거의 두 배씩 상승하고 있다.

그에 맞춰 중국 여행사도 발 빠르게 제주도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여행사가 화청여행사, 국인여행사, 양명여행사다. 이들 세 여행사가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의 8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중국인의 제주도 방문이 늘어나기 시작한 무렵인 2010년께 설립됐다.

물론 중국 본토에 있는 이들 여행사가 직접 제주도 현지 여행을 담당하는 건 아니다. 주로 중국 여행객을 제주 현지 여행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여행상품 판매비에서 항공료 등을 떼고 숙박비, 식사비 등 현지 체류비로 제주도 현지 여행사에 20만~40만 원(중국인 1인당 3박4일 기준)씩 지급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제주도 현지에 중국 여행사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 제주도 현지 중국 여행사가 더 많은 중국 여행객을 받기 위해 현지 체류비를 받지 않기 시작한 것. 게다가 거꾸로 관광객 1명당 최고 20~30만 원씩을 중국 현지 대형 여행사에 지급했다. 일명 ‘인두세'다. 자연히 중국 본토 여행사는 이런 조건을 내세우는 제주도 현지 중국 여행사에 중국인 관광객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제주도 현지 중국 여행사가 거래를 맺은 제주도 내 호텔, 음식점, 상점 등에 자기들이 데려온 중국인이 물건을 살 경우, 그에 맞춰 일정 수준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 여행사는 180여 개. 업계와 도청에선 이 가운데 14~15곳이 중국인이나 조선족·화교가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이들 여행사가 사실상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을 독식하고 있다.

▲ 바오젠 거리에 위치한 인형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인. ⓒ프레시안(허환주)


"가이드가 수수료를 30%나 달라고 하더라"

실제 이들을 통해 제주도로 오는 중국인들의 관광일정은 제주도 현지 중국 여행사와 거래를 맺고 있는 호텔, 음식점 등으로 도배돼 있다. 제주도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객이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사면 여행사는 매출의 10~20%, 최대 50%까지 수수료로 챙길 수 있다고 한다.

자연히 그런 수수료를 낼 수 없는 제주도 영세상인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쳐다만 보는 실정이다. 바오젠 거리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이남(43,가명) 씨는 "단체 중국인들을 잡아보려 가이드를 만난 적 있다“며 ”하지만 가이드가 매출의 30%를 달라고 했다. 대규모 매장이라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작은 가게에서는 엄두가 안 나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 단체 관광객이 여행사와 거래를 맺지 않은 가게에서 물건을 샀을 경우, 여행 가이드는 이를 반품하도록 종용한다고 한다. 거래 맺은 곳에서 물건을 사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바오젠 거리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순(가명) 씨는 "작년부터 중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산 뒤, 반품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영세상인들은 개인 관광으로 제주도에 오는 중국인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숫자는 상당히 미미하다.

게다가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현지 중국 여행사가 직접 숙박시설과 쇼핑센터를 운영하는 구조로 변했다. 이렇게 되면서 중국 여행사가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아예 수익을 통째로 가져가는 식이 됐다.

더구나 여윳돈이 있는 중국인들이 제주도 중심지역의 땅과 건물을 사들여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접 운영이 어려운 중국 현지 여행사의 경우, 중국인이 운영하는 호텔, 숙소, 쇼핑센터를 골라 단체 중국인 관광객을 데려다 놓는다. 가이드 역시 조선족 등 중국계로 이루어져 있다. '끼리끼리‘라는 폐쇄적인 중국 문화가 이런 구조를 거들고 있다.

이렇게 중국자본이 운영하는 여행사·호텔·음식점·쇼핑센터를 순환하는 구조로 관광이 지속할 경우, 지역 업계는 ‘낙수효과’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이미 견고해졌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 2014년 현재 제주도에서 중국인이 사들이 부동산. 빨간점이 중국인이 소유한 부동산 위치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

30만㎡도 안 됐던 중국 소유땅, 지금은 여의도 2배 크기 소유

2013년 말 기준으로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제주도 내 13개 호텔, 12개 쇼핑몰이 중국계 자본에 매각됐다. 차명으로 매각된 것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최한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한 공유재산 관리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제주의 개발, 이대로 좋은가'를 보면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자료를 보면 2014년 5월 현재 외국인 소유 토지면적은 미국 국적이 370만9408㎡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중국 356만9180㎡, 일본 211만6561㎡ 순이다. 2004년부터 2009년 이전까지는 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이 크게 늘었으나 2010년 이후로는 중국인의 토지 소유가 급격히 늘었다. 2010년 중국인 소유 토지는 30만㎡도 안 됐다. 4년 만에 1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엔 제주시 신도심 일대의 모텔과 식당 건물을 중국인들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여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오젠 거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15억에 불과하던 6층 모텔이 최근 중국인에게 35억에 팔렸다"며 "확실히 수익이 생긴다고 판단하니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매물이 나오면 매입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중국인들이 최근 사들이는 토지 위치 등을 볼 때 중국인들 안에서만 소비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는 상대방(지역)에게도 이익이 되고 투자하는 이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투기는 투자자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중국 자본의 제주도 부동산 '투자'는 그런 점에서 일방통행인 셈이다. 제주도민들이 중국인을 두고 '제주도에 와서 X만 싸고 간다'고 험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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