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군 권력 기반, '태자군'(太子軍)

[차이나 프리즘] 중국 군부의 중심으로 떠오른 '태자군', 면면을 살펴보니

중국 당정군의 원로나 고위 간부의 자제를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이라도 한다. 이 중에서 군 원로의 자제가 다시 중국군 고위 간부가 되어 군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을 '태자군'이라고 한다. 이들이 동아시아의 최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군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역할을 고려한다면 이들 '태자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병력규모는 국가기밀로 묶여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여러 통계자료를 종합해 볼 때, 현재 약 230만 명 정도의 병력을 보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민해방군은 육군, 해군, 공군 그리고 제2포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국군 지휘계통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원적 지휘계통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대의 군사지휘를 담당하는 사령원(司令員)과 사상교육당무를 담당하는 정치위원(政治委員)을 따로 두어 역할에 따라 군을 통제하는 사회주의식 지휘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두 지휘부는 상하관계라기 보다 병렬관계로 한 부대 내에 두 명의 지휘관이 존재하는 '쌍장제'(雙長制)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상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중앙군사위원회의 영도하의 무장역량'이라고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국가중앙군사위원회가 이름만 다르지 실질적으로 중국공산당의 중앙군사위원회와 같은 기구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민해방군은 중국이라는 국가의 군대이기도 하지만, 중국공산당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공산당이라는 특정정당의 무장력이기도 하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槍杆子里出政權)라는 유명한 말 속에 인민해방군의 정치적 성격이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두 군사위원회의 주석을 모두 맡고 있으며, 두 명의 부주석과 8명의 위원도 동일한 사람이 맡고 있다.

8명의 군사위 위원은 국방부 부장, 총참모부 부장, 총정치부 부장, 총후근부 부장, 총장비부 부장, 그리고 해군, 육군, 제2포병의 사령원으로 시진핑 주석을 제외한 부주석과 모든 위원들은 중국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上將: 3성장군)이다. 현재 상장계급을 달고 있는 장군은 총 29명인데 이들 중 무장경찰 소속 3명을 제외하면 인민해방군 내 상장은 26명이 된다. 상장들은 각 부대의 사령원과 정치위원들로서 야전부대의 실질적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최고위 군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국의 현역 상장들 중 대표적인 '태자군'이라고 할 수 있는 장군으로는 먼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군사위위원 겸 총장비부 부장인 장요우샤(張又俠)를 들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신중국 성립에 공헌한 3성장군인 상장(서열 3위) 장종쉰(張宗遜)으로 2대에 걸쳐 군 최고위 지도부 자리에 올랐다. 장요우샤는 아버지의 후광과 함께 중월전쟁(중국-베트남 전쟁) 참전 등의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춘 유능한 군 지도자로 부상했으며, 중국의 동북지방을 방어하는 선양군구에서 사령관으로 탁월한 지휘능력을 보여주어 2011년 상장에 진급했다. 올해 나이가 65세이니 군사위의 연령제한선인 68세까지는 군사위 위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위 위원 중 또 한 명의 '태자군'이 있는데, "중국공군의 별"이라는 별칭을 얻은 마샤오텐(馬曉天)이다. 현재 중국공군의 사령원이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인 마샤오텐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군 교육분야에서 활동한 대교(大校: 대령) 출신이고 장인은 중앙군사위원회 기율위원회 부서기를 지낸 장샤화(張少華) 중장이다. 마샤오텐은 2009년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으로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테러 연합훈련인 '평화사명-2009'를 직접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지휘해 같은 해 상장으로 진급하였다. 마샤오텐은 미국에 향해 대만에의 무기수출을 비판하는가 하면 대만독립에 대한 미국의 신중한 입장을 요구한 바도 있다.

'태자군'의 일원으로 전 중국국가 주석이었던 류샤오치(刘少奇)의 아들인 류위안(刘源) 상장도 있다. 현재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정치위원이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이기도 한 류위안은 문화혁명기간 동안 아버지로 인해 심한 박해를 받았지만 1992년 무장경찰에 들어가면서 군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후 고속 승진하였다.

전 중국 국가주석 이센넨의 사위인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 정치위원인 류야저우(劉亞洲) 상장 또한 '태자군'이라 할 수 있다. 류야저우의 부인인 리샤오린(李小林)은 현재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면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으로 중국의 민간외교를 총괄하고 있다. 그 밖에 '태자군'이라 할 수 있는 장군으로는 현재 중국 해군 부사령원인 딩이핑(丁一平) 중장이 있는데, 북해함대 초대 정치위원이었던 딩추성(丁秋生)의 아들이다.

이들 '태자군' 장군들은 시진핑의 가장 강력한 군부 내 세력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장쩌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 역시 정권을 이양받고 난 후 자신의 세력을 군부 내에 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시진핑 역시 취임 초 장요우샤를 군사위 부주석에 임명하여 군부 내 세력을 공고히 하려고 하였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반대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그를 군사위 위원에 앉히고 공군 상장 마샤오텐을 군사위 위원에 임명함으로써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최근 시진핑이 거세게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운동은 당뿐만 아니라 군 내부에서도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 만큼의 탄탄한 권력기반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점점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일본 또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 개정으로 군사강국을 향해 가고 있다. 마치 누가 먼저 겁을 먹고 포기하느냐 하는 것을 가려내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동아시아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질수록 각 국가의 군은 자국의 외교·안보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 군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태자군'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군 내의 '태자군' 그룹의 대한반도 인식과 정책성향 그리고 그들의 정책형성 네트워크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하고 가지고 지켜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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