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운동학, 내 몸을 바꾼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인식의 변화가 새로운 나를 만든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왕 하는 것, 습관적으로 하지 마시고 의식을 집중해서 하세요. 그럼 지금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두실 수 있으실 거예요."

진료를 하다 보면 풍 맞았다고(중풍) 표현하는 뇌졸중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간혹 가벼운 뇌경색이 발생했는데 잘 인식하지 못하고 침을 맞길 원하는 경우를 (이럴 때는 풍증을 다스리는 침을 놓은 후 병원검사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풍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입니다. 얼핏 보면 알아채기 힘든 가벼운 장애에서부터 혼자서는 거동하기 힘든 경우까지, 환자분들의 증상과 몸 상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런 분들을 치료 해나가면서 몸을 살피다보면(개인적으로 만성화된 증상을 치료할 때는 말보다는 몸에 나타난 사인들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그 동안 환자분들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병이 오래되고 여러 곳에서 치료도 받고 좋다는 것도 다 해봤지만 호전이 되지 않아 그냥 침이라도 맞으면 좀 낫겠지 하는 마음인 분들도 있고, 아직도 병에 걸린 자신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투쟁 중인 분들도 있습니다. 독하게 마음 먹고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지만 회복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 기대가 우울이나 화로 변한 분들도 있고, 때론 말로는 모든 것을 긍정하는데 몸에는 잔뜩 상처받은 환자분이 감춰져 있기도 합니다. 드물지만 큰 병을 앓고 몸에 불편함이 있는데도 그것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잘 지켜나가는 분들도 있고요.

"지금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 말은 이론적으로도 옳고 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만일 내가 저런 상태라면'이라고 가정해 보면 환자분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에는 저마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거쳐온 삶의 무게는 제가 몇 마디 말로 쉽게 감당할 만한 것이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대로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저는 관념운동학(Ideokinesis)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려드립니다.

관념운동학은 인체를 인식하고 움직이는데 있어 심상(Imagery)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방식은 '생각하는 몸(the thinking body)'의 저자인 메이블 토드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토드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의사도 포기한 전신마비가 되었으나 심상을 이용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환자들을 도움으로써 정신적인 이미지(심상)가 실제 신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 방식의 핵심개념은 운동이 힘이 아니라 인식을 통해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병이나 불쾌감 불안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도록 노력해보자. "내 몸은 매 순간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충전된다. 내 몸은 점점 새롭게 되기와 재생의 구현체가 되어간다. 나는 이 말은 완전히 믿는다."

- <부드러운 목과 자유로운 어깨를 위한 재활> (Eric Franklin 지음, 군자출판사 펴냄, 2006)
이 관념운동의 방식은 생각이나 감정이 기의 흐름을 바꾸고 이것이 오랫동안 쌓이면 장부 기능과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한의학의 이론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병이 중한 분들에게는 침을 맞고 있거나 운동을 하고 생활을 할 때 그리고 누워서 잠들기 전에 장애가 있는 부위로 물이 흐르듯 기운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점차로 그 부분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이 건강해지고 이전과 같은 기능을 회복하는 이미지를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장애라는 인식보다는 온전함과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에 마음의 힘을 집중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쉽지는 않지만 이런 노력을 집중해서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습하면 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몸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의 실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사멸하고 탄생하는 세포들이 만들어낸 한 장의 사진과 같습니다. 수 없이 변해왔고 또 변해갈 것입니다. 실험자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변화한다는 양자물리학 이론은 비단 실험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나를 인식하는가는 실질적인 내 몸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중한 병의 회복뿐만 아니라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긍정적인 인식의 힘은 어떤 약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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