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진태 "종북녀들이 전국 민심 어지럽혀"

당·정·청, 정윤회 파문 궁지 몰리자 종북 논란 부채질

정부·여당이 정윤회 씨 관련 '비선 실세' 의혹 규명 등을 위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질의자로 나선 여당 의원들은 정 씨의 비선 관련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한편, 야당 소속 의원이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공격을 펼치며 본회의장을 말싸움으로 몰고갔다. 정홍원 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들의 주장에 장단을 맞춰 주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15일 국회 긴급현안질문 질의자로 나와 첫머리부터 "정윤회 사건을 접하면서 '야당, 또 거짓 선동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정부에서는 광우병으로 재미를 좀 봤는데, 작년엔 1년 내내 국정원 댓글로 떠들어도 소용이 없고 금년엔 세월호 사건으로 '대통령 7시간'을 아무리 떠들어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엔 비선 실세 의혹 제기"라고 했다. 그러나 비선 실세 의혹은 야당발(發)이 아닌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것이어서, 이 논란이 야당의 기획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하는데 정작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은 일부 언론의 선정주의와 야당의 선동"이라고 청와대를 방어하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그(정윤회 씨)의 19살 딸이 피나는 연습으로 국가대표가 되었다면 그 억울한 심정은 어떻겠는가"라고 정 씨의 딸까지 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른바 '십상시' 회동과 관련해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이 '대포폰'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 "청와대 비서관이 왜 대포폰을 쓰나? 범죄 집단인가?"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그렇게 했나?"라고 물었다. 야당 의원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질의 후반부에서는 야당 의원들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그는 "새정치연합 박모 의원은 '청와대 비선라인인 만만회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추천했다', '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가 대통령과 수차례 만났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했다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은 김정일 3주기를 맞아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방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정은·김정일 조화 배달하는 심부름꾼이냐"고 했다. 사실상 박지원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깝다.

김 의원은 또 긴급현인질문 주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를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은 '종북 콘서트'로 떠들썩하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하는 '종북녀'들이 전국을 돌면서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국가보안법 7조 1항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는 대체 어떤 때 쓰는 것이냐"며 황 씨와 신 씨를 사실상 이 조항으로 의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이에 대해 "이 사안이 (거기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 의원이 국회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던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서도 "종북 콘서트에 새정치연합 임모 의원이 참석했다", "홍모 의원은 신은미를 초청해 토론회를 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행사를 취소했다"고 하는 등 사실상 거의 실명을 거론하며 야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 총리에게 "(정부는) 오히려 전북 익산에서 이들에게 사제폭발물을 던진 고3 학생을 구속했다. 종북주의자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이를 보다 못한 우국 청년에 대해서는 일사천리로 법을 집행하는 것이 과연 정상이냐"며 백색테러를 '우국' 행위로 정당화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이 법리적인 판단을 못할 리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비상식적 발언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혹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도 질의자로 나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소위 '실세'가 있었고 이권 개입과 청탁이 있었다"며 "이에 반해 지금 사건은 아무 증거나 실체 없이 풍문을 모은 문건 몇 장만 있을 뿐"이라고 청와대를 적극 방어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도 초심을 잃는 경우가 있다"며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 순서에서는 국무위원들이 '도발'에 나섰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이 "국민은 (검찰이) 대통령 지침에 따른 수사를 한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특검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자 "박 의원께서는 검찰을 떠나신 지 오래됐고 악연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만…"이라고 했다. 황 장관의 뒷말은 격노한 박 의원의 "내가 악연을 갖고 얘기한다는 것이냐"라는 말에 묻혔다. 박 의원은 검찰에 4번 구속됐지만 4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홍원 총리는 박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검찰 수사에 의해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야당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박 대통령의 '찌라시' 발언이 수사 지침 하달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말한 맥락은 '진상을 검찰에서 철저히 밝혀 달라. 확인되지 않은 풍설로 왈가왈부하고 소모적 논쟁을 하는 건 국가적 낭비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노영민 의원의 질의 순서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오히려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말씀해 달라"고 노 의원을 윽박지르는 모습도 연출됐다. (☞관련기사 : 최경환 "석유공사 전 사장 고발할 것"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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