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개 빈 자리…"세월호, 잊지 않을게"

[현장] '연장' 들고 광화문광장에 모인 예술인들의 '연장展'

304개의 빈 의자와 책상이 광장에 놓였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말없이 책상을 쓰다듬고, 시민들은 국화꽃 한 송이를 책상 위에 올렸다. 세월호 참사 발생 214일,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너무 늦었지만 늦지 않은" 연장전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시사만화협회 등 20여 개 단체의 문화예술인들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문화예술제 '연장전'을 열었다.

문학인들과 음악인들은 4시간16분 동안 '우리시대의 골든타임'이란 주제로 낭독회를 벌였고, 1000개의 타일 벽화로 구성된 '세월호, 기억의 벽'이 설치됐다. 영화인들은 현장 영화 촬영을, 사진가들과 만화인들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각자의 작품들을 광장에 펼쳤다. 304개의 빈 책상과 걸상은 희생자들의 '빈 자리'를 상징하는 설치 예술이다.

ⓒ프레시안(선명수)

ⓒ프레시안(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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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고 싶은데! 나는 꿈이 있는데! 내가 왜 이 배를 타서…"
"선장은 뭐하길래 배가 기울어졌어? 배가 잠기고 있어요. 나…살고 싶어요."

침몰하는 배 안, 스마트폰 영상에 담긴 아이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故) 김동협 학생이 남긴 영상에 "나는 진짜 살고 싶은데!"라고 외치는 동협 학생과 "괜찮아, 살 수 있어"라고 달래는 친구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관련 기사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임…故김동협 군이 남긴 영상)

배의 침몰이 믿기지 않는 듯 장난기로 가득한, 그러나 이내 공포에 질리고 마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무용인들이 304개의 '빈 자리'를 애도하는 진혼 군무를 시작했다.
ⓒ프레시안(선명수)

무용인들의 군무에 이어 타악기 공연이 시작되자,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이 304개의 책상으로 기원탑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술인들은 탑으로 쌓아올린 책상에 "304개의 우주가 졌다. 기다림의 책상"이란 글귀를 남겼다.

세월호 진상 규명 '기원탑' 위에 유족들이 올랐다. 단원고 희생자 고(故) 오영석 학생의 어머니 권미화 씨는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 달라"고 했다. "여러분은 자식에게 국화꽃을 먼저 주는 못난 부모가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존경받는 부모,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 달라"고 했다. 아들 영석 학생의 명찰을 가슴에 단 권 씨는 "우리 애들이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몇 년이 걸려도 꼭 밝히고 말 것"이라며 울먹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간 단식을 벌여왔던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광화문광장이 발 디딜 틈 없어져야 참사의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면서 "진상 규명을 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예술제의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이 기원탑에 헌화를 시작했다. 탑 위에서 국화꽃을 건네받은 권 씨는 꽃에 하나하나 입을 맞추며 빈 책상 위에 가지런히 국화를 쌓았다.

문화예술인들이 모든 연장들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출동한 날, 다시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연장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프레시안(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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