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 아시아 은행, 글로벌 금융패권 교두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AIIB, 한국에게 기회가 되려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이하 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10월 24일 베이징에서 체결되었다. 중국을 포함하여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동남아국가연합 9개 회원국(인도네시아 제외),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쿠웨이트, 네팔, 오만 등 총 21개국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중국이 AIIB 지분 50%를 가지는데 불만을 표했던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향후 회원국 간 협의를 통해 지분을 조정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참가를 결정하였다. 오히려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과 호주 및 인도네시아는 이번 MOU 체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이 AIIB 가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AIIB의 지배구조 논리와 국제정치 차원의 중·미 관계에서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정치적인 부분은 논외로 하고, 경제적인 부분만 언급하겠다.

▲ 지난 7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이 회담에서 한국에게 AIIB에 참여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AIIB 글로벌 금융패권 도전은 오해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10월 동남아를 방문하면서 제안한 것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사회기반시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AIIB의 설립은 지배구조와 설립목적 등에서 세계은행(World Bank, 이하 WB)과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이하 ADB) 등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먼저, AIIB의 지배구조이다. 중국은 AIIB의 지배구조에 대하여 참여국이 경제규모(GDP)에 따라 출자하고 이 비율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주장했는데, AIIB는 결국 참여국들의 동의하에 중국의 주장대로 GDP에 따라 출자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참여국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의결권이 약 48%, 그다음으로 경제규모가 큰 인도가 약 19%의 의결권을 갖게 되어, 중국은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AIIB 설립은 중국이 글로벌 금융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는 한국과 호주가 AIIB 가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이 AIIB의 지분을 독식한다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중국 재정부장(장관급) 러우지웨이(楼继伟)는 "중국이 AIIB 지분을 반드시 50% 보유한다는 것은 오해이다. 이는 중국이 AIIB에 50%를 출자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AIIB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것이지 꼭 50%를 가져 독식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AIIB 가입국이 많아질수록 중국의 지분 역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다음으로, AIIB의 설립목적이다. WB는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고 저개발 국가의 빈곤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ADB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경제협력 증진 및 경제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WB와 ADB의 대지주인 미국은 ADB가 아시아지역 인프라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AIIB는 순수한 사회기반시설 자금 지원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AIIB의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AIIB는 인프라 투자를 통한 아시아 주변 지역의 인프라 건설이 주요 목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또한 ADB의 추산에 따르면 2010~2020년까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약 8조 달러의 사회기반시설 자금이 필요하나 ADB가 1년에 대출해 줄 수 있는 자금은 1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은 AIIB가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WB 및 ADB와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보완관계가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AIIB를 통한 중국 지속가능 성장

미국의 이러한 견제 속에서도 중국이 꿋꿋이 AIIB를 설립한 이유는 중국 국내 경제와 관련된 요인도 큰데, 이는 대략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AIIB는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적 성장을 위한 산업육성정책 실시를 통해 연간 평균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의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AIIB를 통해 국내에 과잉 생산된 인프라 건설 자재를 수출함으로써 국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 공급과잉 기업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투자)를 장려할 것으로 보여, 이 역시 생산과잉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둘째, AIIB를 통해 무역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AIIB는 중국 베이징과 이라크 바그다드를 잇는 철도 건설 등 신실크로드 구축에 필요한 자금 및 아시아 지역의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투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실크로드 경제벨트는 중국의 지역균형발전과 산업구조조정, 에너지 안보 등 중국의 핵심 전략을 담고 있는 국가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시진핑 주석이 제안하였다. 특히 유럽을 통하는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여 서부지역의 경제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셋째, AIIB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합리적·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4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으나,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넷째, AIIB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민폐 국제화를 실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민폐의 무역결제를 확대하고,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등 인민폐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였다.

순수 목적의 AIIB가 되기 위해서

AIIB의 초기 자본금은 500억 달러로 향후 각국의 투자를 받아 100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AIIB에 참여한 21개 국가 중 중국 및 몇 개의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금을 지원받는 국가이다. 단기적으로 보아 1000억 달러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AIIB의 공식 출범 시기가 내년 연말이라고 한다. 중국은 이번 AIIB 설립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지배구조 개선 등 좀 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요건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AIIB의 가입이 아시아 사회간접자본 투자 시장에 대한 한국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아 AIIB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관계 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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