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상(외교부 장관)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오는 9월 중순 시작되는 유엔총회에 맞춰 북한 방문단을 이끌고 미국 뉴욕을 찾는다.
특히 리 외무상은 본인이 직접 유엔총회 각국 대표 기조연설을 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29일(현지 시각) 확인됐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는 것은 1999년 백남순 당시 외무상 이후 15년 만이다. 이보다 7년 앞선 1992년에는 당시 김영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았다.
이와 관련, 리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유엔본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리수용 외무상이 직접 미국에 오느냐'는 물음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리 차석대사는 '외무상이 직접 미국과 유엔총회에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두고 보자"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이후 단 2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유엔 방문을 '자제해온' 북한 외무상이 미국을 찾는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선 최근 남·북, 북·미 관계가 경색돼 있다는 점에서 북한 외무상의 이번 미국 방문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 외무상이 미국을 찾았을 때마다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 비춰 이번에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리수용 외무상과 미국 고위 당국자 간 막후 회담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외무상이 단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15년 만에 미국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북·미 막후 교섭과 이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북한 유엔대표부가 최근 유엔에서 수차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게 미국을 비난해온데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공식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자는 문제여서 외교 사령탑인 외무상이 직접 나와 방어 전선을 진두지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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