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가계부채 '폭탄' 터뜨리나?

'불도저' 최경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 천명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예고했다. 부동산, 금리, 추가경정예산 등과 관련해 거침없는 발언들을 내놓았다. 최 후보자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저성장과 저물가, 과도한 경상수지 등 한국경제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이어 "경제 회복세가 아주 미약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겹친 데다 세계 경제 리스크도 커졌다"면서 "당초 우리(정부)가 전망했던 것보다는 좀 더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경제 위기론'을 전제하고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최 후보자는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살펴볼 것"이라면서 "재정과 통화 신용 정책을 포함한 거시 정책과 내수 활성화 등 미시 정책,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 등 종합적인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이같은 공격적인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집권 2년 차에 경기 회복에 실패하면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는 평들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에 내놓은 474비전(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등 목표를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필수라는 인식이다. 최 후보자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모피아'(재무부 출신)과 거리가 멀다. 거시 정책, 경제 기획에 능한데다, 친박 실세라는 정치적 배경까지 갖췄다. '모피아'가 장악했던 이명박 정부의 '강만수 사단'과는 다른 방식의 경기 부양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최 후보자의 이같은 배경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최경환 경제팀'에 힘이 쏠리고, 견제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 자칫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부양에 지나치게 힘이 쏠리면 양극화다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최 후보자는 경제 민주화, 증세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에 "도박하자는 것이냐" 질타도

이날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는 부동산 규제 완화였다. 최 후보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의사를 거듭 내비치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합리적인 조정을 하겠다"며 "실수요자가 은행권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 조건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확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불을 지폈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관련 규제 때문에)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난이 심화된다. 전세 수요를 거래 수요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가계 부채가 1000조 원에 달한다. 그 중에 절반인 500조 원이 부동산 관련 부채다. 최 후보자의 인식은 결국 빛 내서 집을 사라고 정부가 독려하는 것으로,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이동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현재 주택 실수요자는 전세 자금 대출을 가지고 있는 수도권의 30대다. 이 사람들이 금융 부채를 동원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50대 이상은 대출이 목 아래까지 차 있다. 결국 결국 부동산 경기 활성화하기 위해 일종의 세대간 (부채) 돌려막기를 하는 셈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LTV와 DTI는 부동산 정책이라기보다는 금융 정책이다. '약탈적 대출' 등을 막기 위해 실행하는 것인데, 관료들은 이를 부동산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며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 원이 넘은 상황이고 가계부채를 더 악화시켜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관련 핵심 규제를 모두 풀어 경기를 띄우겠다는 최 후보자의 발상은 투기가 창궐하던 과거로 되돌리자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최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고, 정부는 측근을 임명하겠다는 인사 집착에서 벗어나 경제민주화를 되살릴 인물로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라"고 요구했다.

"한은 총재와 인식 간격 좁히도록 끊임없이 노력"

최 후보자는 금리 문제에 있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저금리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의 긍정적 측면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자 최 후보자는 "취임하면 한국은행 총재와 가급적 자주 만나서 경제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좁혀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3개월 째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최 후보자 간에 '인식 차'가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이 의원은 "우리는 계속 이자율이 동결되고 있다. 그래서 한은이 과연 경제 성장을 생각하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다"며 "하반기에서는 이자율도 과감히 내리는 등, 확대 통화 정책이 절실이 필요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이자율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고유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그 (금리 인하 등) 수준을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경제에 대한 인식의 간극은 끊임없이 대화해 인식의 간극을 좁혀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시장에 돈 보따리 풀겠다?…"지금은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

최 후보자의 거침없는 '입'도 화제가 됐다. 최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에 대해 "지금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나름의 복안이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다만 "경기 상황과 법적 요건, 재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던 최 후보자는 이날 "수도권 규제완화는 신중해야한다는데 더 무게를 두고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서의 내용이 수도권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최 부총리 내정자의 답변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과제로 현 단계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최 후보자 발언 진화에 급급했다. 거침없는 최 후보자의 '입'에 당황한 것이다.

환율 관련 발언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최 후보자는 원 달러 환율 1000원 선이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환율 변동 상황이 좀 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되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환율 관련 발언에 대해 최 후보자는 이미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 자체가 시장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며 "(환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계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수출 활성화 목적의 고환율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환율 정책'의 필요성을 적극 주문했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환율이 떨어지고 있고 세 자리수 환율로 진입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들 한다"며 "중소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이다. 중소기업은 대응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OECD 국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특별히 법인세가 낮지 않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고, 세수 문제와 관련해 담배값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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