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말 8년여 만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베이징을 떠난 지 4개월 만에 다시 베이징을 찾았다. 다시 찾은 베이징의 여름은 예년보다 덥지 않아 베이징 같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찾은 만큼 새로운 변화들이 보였다. 특히, 유학생에게 매우 친숙한 한국식 커피전문점의 브랜드가 중국인민대학(中国人民大学) 근처 주택가에 2층으로 매우 크게(약 1200평방미터) 자리 잡고 있어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시간이 아침 8시에서 새벽 2시까지였다. 중국은 보통 밤 11시 정도면 영업시간이 끝났는데 말이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겨 사장님께 직접 질문을 드렸다. 그 첫 번째로 유동인구가 적은 주택가에서 규모가 큰 커피전문점(약 1200평방미터)을 운영하는데 수익이 잘 나오는지를 물었다. '지역사회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기존 테이크아웃방식의 커피전문점과 가장 큰 차이고, 이는 소비자의 요구를 겨냥한 경영임을 강조하며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요식업 중, 왜 커피를 택했는지 물어보니 시간과 공간의 서비스 가치를 새로운 수요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은 이미 베이징 내에 8개의 커피전문점을 소유하고 있으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필자도 중국의 커피시장은 큰 기회임을 느꼈으나 경영인이 본 기회는 더욱 크고 넓었다.
이는 중국 커피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인데, 실제 중국 커피 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5~20% 정도다. 전 세계 커피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2%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커피시장이 매우 매력적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중국의 커피 소비량 13만 톤의 시장 판매액이 700억 위안(한화 약 11조 원)으로 베이징 시장 증가율의 18%에 달하고, 전국에 커피전문점이 2007년 15898개에서 2012년 31783까지 증가한 것에서도 중국 커피시장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찍이 중국 커피 산업의 기회를 보고 진출한 스타벅스(Starbucks)는 2013년 9월 말 기준 614개 직영점과 403개의 가맹점을 두어 커피 시장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중국 대·중도시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가 아닌 한국식 커피전문점이다. 이 업체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커피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전략이 중국 언론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아반티 리서치 파트너 (AVANTI Research Partners)가 2013년 실시한 '커피전문점 선택 기준' 설문조사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65.1%는 커피전문점의 '분위기'를 꼽았다. 이로 미루어 보아 한국식 커피전문점들은 이미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바라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은 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식과 이탈리아식 커피를 대표로 한 유럽식 커피전문점은 커피 원두의 품질과 맛을 강조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미국식 커피전문점은 전문직, 신속, 비즈니스 느낌이 강한 제2의 사무실임을 강조하고, UBC 커피(上岛咖啡), 량안커피(C.straits Cafe·两岸咖啡)가 대표적인 대만커피는 중국의 문화와 커피문화를 중국 특유의 여가문화와 잘 접목하여 성공한 케이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식 커피전문점이 스타벅스와 차이나는 지점은 점포의 위치를 주거지역 중심에 선정하는 것과 안정감을 주는 실내 인테리어다. 스타벅스도 소비층의 선호도에 따라 상업중심구 중심에서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의 인구 이동률이 낮지만 대상 고객이 고정적이고 중복 구매율과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임대대료가 저렴하다는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게다가 커피전문점이 단순히 차만 마시는 1차원적인 개념을 넘어 시·공간적의 다차원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주 소비계층인 여성의 기호에 맞는 제품개발과 여유로운 생활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 여성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즈치(志起)미래마케팅자문유한회사 리즈치(李志起) 사장 역시 한국식 커피전문점에 대해 동일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으며 중국 커피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1.0세대에서 2.0세대로 진입하였다고 밝혔다. 현재 이러한 2세대 커피시장에 주요 선두주자로 우리 한국식 커피전문점들이 약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러한 기회의 지속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북경커피산업협회회장 지밍(季明)은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와 일부 남방 도시의 커피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함과 동시에 중국의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이 약 5잔으로 일본과 한국의 약 300잔, 세계 평균 240잔 보다 매우 낮음을 지적한바 있다. 이는 중국 커피 소비시장의 발전 잠재력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생산 공장에서 소비중심지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이 생산의 기회에서 소비의 기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의 기업은 이런 점을 간파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미래소비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해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