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몰락 신호탄? 선진화법 뒤집기 시동?

정의화 국회의장 선출…황우여 전 대표 상대로 '압승'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반란일까.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후보로 비박계 정의화 의원(5선)이 선출됐다. 최근까지 당 대표를 지내고 친박(親朴)계의 지원을 받아온 황우여 의원(5선)을 상대로 한 '압승'이다. 지방선거 경선에 이어 새누리당 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던 '친박의 분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정 의원을 선출했다. 국회 다수당 몫인 의장 자리를 놓고 정 의원과 황 의원이 팽팽하게 격돌했지만, 정 의원은 총 투표수 147표 중 101표를 얻어 46표에 그친 황 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지방선거 경선 이어 친박계 또 '고전' 

부산 출신의 5선 의원으로 18대 국회에서 부의장을 지낸 정 의원은 계파 색채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당내에선 친이계 쪽으로 분류되어온 인사다. 19대 상반기 국회에서도 의장 선거에 나섰지만 비박계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강창희 현 의장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최근까지 지난 3년간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차례로 역임한 황 의원의 경우 '원조 친박'은 아니지만 이른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부터 친박계로 분류, 정권 탄생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번 경선에 앞서 친박계 핵심이 황 의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됨에 따라 친박계는 또 다시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앞서 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결집하면 황 의원이, 그렇지 않으면 정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경선 결과만 봐도 '비박계의 약진', '친박계의 고전'이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노골적으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내세웠던 김황식 전 총리를 상대로 비박계 정몽준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친박 성향의 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정 후보 견제를 위해 김 전 총리를 내세웠지만, 결국 체면만 구긴 '무리수'로 결론이 났다. 

호남을 제외한 14군데 시도 가운데서도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를 비롯해 총 9곳에서 비박계 후보가 선출된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선진화법 '산파'와 '반대론자' 대결…선진화법, 타격 받나 

이번 의장 선거 결과는 국회선진화법 탄생의 '주역'과 이를 강하게 반대해온 인사의 격돌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온건 성향 의회주의자인 황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지만, 19대 국회에서 이 법으로 인한 '날치기' 등이 전면 금지되면서 새누리당 내에선 국회를 '식물 국회'로 만들었다는 반발 기류가 거셌다.

반면 정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국회선진화법 반대론자로,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대한 단독 표결을 강행할 당시 의장석에 앉아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투척한 최루탄을 맞기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강한 '비토'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 의원은 이날 후보자 정견 발표에서도 "국회 선진화법을 만든 후보가 의장직에 올라선 (선진화법) 개정이 어렵다"며 황 의원 견제에 나섰다.  

그는 또 "국회선진화법은 대의 민주주의 기본인 재적 과반수 의결을 훼손한 아주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선진화법 보완을 위한 개정안을 만들고 국회 규칙을 보완해서 부작용을 막겠다"고 선진화법에 대한 강한 개정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동시에 실시된 새누리당 몫의 부의장 경선에는 친박계 정갑윤(4선) 의원이 친박 성향 송광호 의원과 비박계 심재철 의원을 꺾고 선출됐다. 앞서 정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와의 경쟁으로 '친박 분열'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 때문에 뜻을 접고 부의장 선거로 선회했다. 

이날 선출된 의장·부의장 후보자들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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