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 걸겠다"…安, '무공천' 관철시킬까?

논란 끝에 '입장 선회'…'백기투항'인가 '정면돌파'인가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을 고수하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의 대화 거부란 벽에 부딪힌 안 대표의 '다음 수'는 8일 전격적인 무공천 재검토 결정이었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을 뒤집고 공천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무공천 결정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빗발치자 8일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로 공천 여부를 다시 묻기로 한 것. 

"無공천 한길로" 외치던 김한길-안철수, 입장 선회 이유는?

"무공천 철회는 없다"는 그간의 공언과 달리, 이날 전격적으로 공천 문제를 재논의하겠다는 것은 무공천 방침을 둘러싸고 이어진 당내 불협화음을 정리하려는 처방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청와대에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7일 청와대가 끝내 대화 거부 의사를 공식 통보하자, 이젠 무공천을 고수해온 당 지도부가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약속 정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번 지방선거를 '약속 대 거짓' 프레임으로 치르겠다는 전략이었지만, 현실적인 기초선거 패배 우려가 높은데다 당내 반발도 거세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일보 '후퇴'함으로써 무공천을 둘러싼 논란을 일단락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번의 발 빼기" 비판도 

그러나 외견 상 '후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전날까지만 해도 안 대표는 "누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후보인지, 누가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후보인지 국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며 무공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날 여론조사 및 전 당원 투표를 발표하면서 "제 원칙과 소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입장 변화를 보였다. 

때문에 당내 반발을 의식한 '발 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독자 세력화 입장을 고수했던 그가 민주당과의 통합 합의로 '약속'을 뒤집은 데 이어, 이번 무공천 사안에 있어서도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당장 새누리당의 비판이 거세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새민련 내 반발이 계속된 만큼 기초공천을 유지하게 되면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 뜻, 당원의 뜻을 운운하겠지만 그럼에도 말 바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초공천 폐지를 고집했던 안 대표의 아마추어리즘, 독불장군 식 리더십은 국민에게 다시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초공천 폐지에 대한 반대해온 진보정당들도 쓴소리를 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무공천 방침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어떤 입장표명도 없이 여론조사에 근거해 방침 전환을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하며 "또 다시 무책임 정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무공천 출구전략, 성공할까? 

일단 무공천 재검토로 선회했지만,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무공천'을 통합 명분으로 내걸었던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정치적 후폭풍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무공천 문제를 끌어들인 것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단 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에서 공천 실시로 결론이 난다면, 양측의 합당에 대한 정치적 명분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물론 안철수 대표의 '뒷심 부족'에 대한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무공천 고수로 결정이 난다면, 기초선거에서의 성적표가 두 공동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약속 프레임'에 목을 매다가 '뒷북 출구전략'을 택했다는 비판과 함께,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 

무공천 재검토, '회군'인가 '정면돌파'인가 

안 대표가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무공천 재검토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이 과정 역시 두 대표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이뤄져, 지도부가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할 때마다 '당원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밀실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재검토 과정에서 '여론조사 50%'를 반영키로 한 것에 대한 당내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당원들이야 공천을 해달라는 쪽이 많지만, 무공천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절반이나 끼워넣은 것이 무공천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다시 묻는다면 당원 투표를 해야지,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섞는 안이라면 반대한다"며 "국민과 당원을 50%씩 조사하면 그냥 무공천 유지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안 대표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무공천 관철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안 대표가 사실상 '답'을 정해놓고 '무공천 관철'의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안 대표는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을 자신에 대한 '신임 문제'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무공천 재검토 결정이 당내 반발에 뒷걸음 친 '회군'이 아니라 '정면돌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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