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사기' 권유하며 가계부채 줄이겠다는 정부

[토지+자유 비평]가진 자 위주 정책 유지하는 한 공염불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문에서 유독 눈에 띄는 구절은 "2017년까지 가계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p 낮춰서 처음으로 가계부채를 실질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대목이다. 한편 같은 날 한국은행은 2013년 말 가계부채가 1021.3조 원, 즉 가계부채 1천조 원 시대가 도래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우선 상황의 심각성부터 살펴보자.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9.7%(2008년)→154.1%(2009년)→158.0%(2010년)→162.9%(2011년)→163.8%(2012년)’ 이렇게 매년 악화되어 왔다(OECD 평균 134.8%). 이것은 처분이 가능한 소득이 1000만 원이면 갚아야 할 빚이 1,638만 원이라는 것이다. 2012년 47.6조 원이던 가계부채 증가액이 2013년 57.5조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아 2013년의 가계부채 비율은 165%을 가볍게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구조개선'에 집중한 2.27 '대책'

상황이 이러하니 지난 27일, 기재부 등의 관계부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후속조치로 가계부채 비율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기본방향을 살펴보면 ① 주택담보대출 금리‧상환구조 개선하여 가계부채의 차환위험을 줄이기, ② 전세대출 보증지원 대상을 전세보증금 4억 원(수도권 외 지방은 2억 원) 이하로 제한하여 고액전세입자들이 매매 혹은 월세로 전환을 유도하기, ③ 고위험‧고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금리부담 경감과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④ 비(非)은행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하기 등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대책에는 가계부채 비율을 어떻게 낮출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대로 일시상환·변동금리를 분할상환‧고정금리 방식으로 대출구조를 개선하고, 취약차주의 금리부담이 경감되면 가계부채의 시스템리스크와 가계의 채무부담이 줄어들어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만기구조를 중장기로 분산시킨다고 하더라도 갚아야 할 부채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 급증의 주된 원인을 차단하지 않으면 한계가 분명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정부의 '빚 내서 집사기'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 공식적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가계부채 비율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가계소득의 증가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소득 양극화도 심해졌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경우에 2012~2013년 동안 근로소득은 651→664만 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하고 이전소득은 283→253만 원으로 오히려 감소한데 반해, 중소득층은 2470→2742만원으로 고소득층은 5653→5993만원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이전소득도 각각 소폭 증가하였다(현대경제연구원. 2014. 02. 14. <경제주평 14-7> ).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소득분배 구조도 개선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단시일 내에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지금의 정부의 대책으로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비율 급증의 또 다른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다. 한국은행은 2013년 말 가계부채가 1021.3조 원이나 된 이유로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2013년 말)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 증가한 것과 국민주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금융기관의 생애최초주택대출 등으로 확대된 것을 들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가계대출 전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1.7%(527.6조 원/1,021.3조 원)인데, 2013년에만 무려 6.1% 증가했다. 요약해보면 가계대출 비율 급증의 중요한 원인은 바로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이 문제다

그러므로 가계부채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부동산경기부양의 의지를 단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13년 4.1 대책과 8.28 대책에 이어 올해 내놓은 2.19 대책에서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매매수요 촉진을 목표로 한 '빚 권하기'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였고, 거기에 더하여 26일에는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부담이 완화되도록 '디딤돌 대출'을 올해 최대 12만 가구에 11조 원을 지원하겠다."고까지 발표하였다.

이렇게 정부가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6.4지방선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주어야 정부와 여당의 주요 지지층인 이른바 보수층과 중고령층, 혹은 자산계층에게 희망을 주고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렇게 특정 자산계층을 위한 대책에 치중하면 현 정부가 염려하는 '한국경제의 체질'은 더 나빠질 것이고 더 나아가서 한국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로 가계부채 비율을 축소하고 싶다면, 먼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인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을 단념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은 가계부채 비율 축소와 양립 불가능하다.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가계부채 비율 축소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달성할 수 없는 정책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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