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댓글 제보' 前국정원 직원에 벌금형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 인정…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

법원이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선거 개입 '댓글 활동'을 민주당에 제보한 국정원 전직 직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환수)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51) 씨와 정모(50) 씨에게 각각 벌금 200만 원과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한 혐의(국정원직원법 위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통화 내역과 국정원 내부의 CC(폐쇄회로)TV 영상 자료, 국정원 현직 직원들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이들이 2012년 12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있기 전까지 수시로 연락하며 국정원 직원들의 소속 여부, 소속 팀, 국정원 심리전단의 비상연락망 등을 유출해 공표했다는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국정원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이 개인적 부탁에 응한 것으로 보일 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의 지위와 당시 판세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당선에 관여하기 위해 국정원 내부 정보를 유출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지난 2009년 국정원에서 퇴직한 뒤 민주당에 입당한 김 씨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하던 정 씨를 통해 '댓글 사건'에 관여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민주당에 제보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선 당시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정 씨의 경우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지자 내부 감찰을 받은 뒤 지난해 2월 파면 조치됐다.

 

검찰은 지난달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국가정보를 노출시켜 국가안보를 위협한 국가 문란 행위를 했다"며 김 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정 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정보를 유출·누설·공표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는 있으나 실제로 누설된 정보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정보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실제 국정원 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대선 개입 댓글 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3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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