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도진기 지음, 추수밭 펴냄). ⓒ추수밭 |
도진기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추수밭 펴냄)도 그런 기대와 바람을 담고 나온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어떤 범죄자가 어떤 벌을 받았다, 무슨 행동은 무슨 죄가 된다는 식의 결론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나, 그러한 결론이 나온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 접하는 기사나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소문에는 생략과 오류도 많다. 원칙에 대한 설명 없는 결론의 전파로 오해만 쌓이기도 한다.
이 책은 지옥에서 근무하던 염라왕이 연옥의 재판관으로 부임하여 동화, 소설, 역사적 일화 등에 나오는 사건을 심판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죽은 사람을 천국과 지옥 중 어느 쪽으로 갈지를 염라왕이 판단하는데, 이것이 현실의 형사재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검사가 있고,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가 국선변호인을 맡는다. 그리고 양치기 소년, 피리 부는 사나이, 춘향전, 베니스의 상인 같은 픽션 뿐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미란다 사건이나 이태원 살인사건의 내용도 간단히 소개하며 각 사건의 재판을 통해 법의 주요한 개념을 설명한다.
형사법을 중심으로 하나 "진술 5"와 "진술 6"에서 민사재판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한다. 실무에서 자주 만나는 문제인 민·형사 혼동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부분인 듯하다.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이 사기죄로 처벌받더라도(형사), 내가 사기꾼한테서 사기 당한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는 없다(민사)는 민사와 형사의 차이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인데, 이 책은 "진술 5"와 "진술 6"에서 그 차이를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다. 민·형사를 혼동하는 의뢰인을 만나면 펼쳐 보여 주고 싶을 정도이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거나 잘 모르는 주제(개념)를 신중하게 골라 최대한 간명하게 다시 구성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읽으며 "맞아, 사람들이 바로 이걸 주로 헷갈리더라."하고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법이 낯선 일반 독자라면 "아, 그때 그 기사가 이래서 그렇게 나왔던 것이구나.", "어? 이 책대로라면 내가 요전에 보았던 그 게시판 글은 말이 안 되네? 거짓말이었군."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많은 개념을 설명하려 욕심내지 않고, 수많은 오해의 중심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설명하여 독자들의 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한 책이다. 중요한 부분을 굵게 강조하고 지루할 때쯤 적절한 삽화를 삽입한 만듦새도 좋다.
다만, 사례의 출처가 다양하다보니 사례들이 균질하지 않은 점, 인간세상이나 패럴렐 월드로 간다는 불필요해 보이는 설정으로 인해 전개가 산만한 점이 아쉽다.
또한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점을 꼭 한 가지 말하고 싶다. 바로 형식이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대단히 당황했다.
"어… 공판조서?"
그렇다. 이 책은 재판 부분을 마치 실제 공판조서처럼 편집해 놓았다! 법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익숙한 이야기를 애써 골라 열심히 풀어 썼으면서, 아무리 재판이라는 설정이라 해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보통 독자에게 낯설 형식을 택했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다. 조금 억지를 쓰자면 희곡과도 비슷한 형식이나, 법 개념을 쉽게 설명한 책을 찾아 집어 드는 독자들 중에 희곡에 익숙한 독자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형식이 낯설면 내용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내용이 아무리 쉽게 썼다 해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법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금만 더 줄글로 풀고 따옴표로 대화문을 만들었으면 같은 내용이라도 훨씬 읽기 쉬웠을 텐데, 읽기 쉬운 책을 쓰려고 했으면서 굳이 아주 특수한 직군 또는 극작가 같은 소수의 작가 집단에게만 익숙할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조서라는 문서의 형식 자체를 소개하려는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소위 대중교양서의 험난하고 아슬아슬한 다리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 엄밀성과 난해함이라는 두 장벽을 어떻게 조화롭게 넘을 것인가.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어렵지만 필요하고, 그렇기에 귀한 그 시도의 결과물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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