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누가 이겼을까? 느긋이 채소 농사 지어가며 버틸 생각을 한 베트남 대표단인가? 빨리 협상을 끝내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집에서 보내려고 조바심친 미국 대표단인가?
힌트 : 협상에선 시간이 넉넉한 쪽이 이긴다.
퇴직금 차액 125만원을 안 주는 회사가 있다. 좀 질긴 회사다.
노동부에 진정했다.
노동부에 가서도 돈을 안 주면 사장님이 형사 처벌된다.
몸이 단 경리과장이 전화를 해왔다.
"퇴직금은 드리겠습니다. 다만 근로자한테 25만원 공제할 게 있는 데요 그거 빼고 드릴게요."
합당한 공제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내가 말했다.
"그래요? 그럼 공제내역을 보내주세요."
그러자 경리과장이 애매한 소리를 했다.
"사실 그 공제 내역을 전임자만이 아는데, 공교롭게도 전임자가 지금 없거든요."
"어디 갔는데요?"
"해외에요."
"언제 오는데요?"
"그걸 모르겠어요."
"아주 안 올 수도 있단 말인가요?"
"그렇죠. 연락이 안 되니까요."
"그럼 곤란한데요."
옥신각신하다가 3가지 안이 나왔다.
1안 : 노동자에게 125만원을 다 보내주는 안.
2안 : 노동자에게 (공제액 25만원을 빼고) 100만원만 보내주는 안
3안 : 발안센터에 125만원을 다 보내되, 노동자에겐 100만원만 주고, 발안센터가 나머지 25만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전임자가 *해외에서 돌아와서 명백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때 가서 합당한 쪽에 주는 안.
1안은 경리과장이 반대해서 안 되고 2안은 내가 반대해서 안 되었다. 결국 3안이 제일 합리적이지만 그래도 경리과장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 아무 힘이 없거든요. 사장님이 힘이 있지."
"그럼 사장님더러 결정하라고 하세요."
나는 그 정도로 하고 말았다.
나는 이 사건을 정지시키지 않고 계속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작정이다. 시간은 내 편이니까.
*해외에서 : 만일 전임자가 해외에서 안 돌아오면 어떡하나? 어떡하긴! 고민할 필요가 없다. 25만원을 영원히 갖고 있으면 되니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 진정- 노동부 조사 - 형사 기소 - 소송 - 압류 - 경매로 가는 일련의 과정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뜻.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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