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얼굴이 반쪽이 됐다. 저 육중한 몸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오래전 내뱉은 말까지 부메랑이 돼 선거 막판 '막말 역풍'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경쟁자라고 마냥 좋을 리 없다. 여당 현역의원의 불출마에 야당 유력 주자의 수감으로 맞은 호기를 '나꼼수' 바람에 날려 버리게 생겼을 때의 놀란 가슴이 가라앉질 않는다. 둘 모두 바람에 쩔쩔 맨다. 그러나 누군가는 바람 덕 좀 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국회의원은 바람 앞의 촛불이면서도 바람 없인 못사는 존재다.
바람의 역사는 오래됐다. 과거 북풍과 총풍이 있었고, 탄핵 역풍, 뉴타운 광풍이 뒤를 이었다. 바람을 타면 웬만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고, 잘 나가던 의원들도 바람에 떨어졌다. 요즘은 신 북풍과 FTA 비준 역풍, 말바꾸기 역풍 등이 유효해 보인다. 갖다 붙이면 다 '~풍'이 되니 국회의원은 바람의 아들, 딸들이다.
국회의원 후보들이 죄다 청계천 빨래줄에 널렸다. 출마는 저자거리에 걸려 얼굴 팔리는 일이다. 관심을 받든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든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에 웬만한 사람들은 얼굴도 못내미는 '용기'있는 인물들의 경연이다. 축축하고 곰팡이내 나는 상당수를 거둬내면 사실 햇볕에 잘 마른 '상품(上品)'은 몇 되지 않지만 동네 별로 한 둘씩은 뽑아야 한다는 원칙이 이 '빨래'들의 믿는 구석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얼굴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다. 그 아래 희망이 씌어 있다. 긍정이 씌어 있고, 미래와 국민의 바람이 적혀 있다. 어쩌면 힌트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봄나그네 말고, 바람에 나가 떨어지는 정치인 말고, 국민의 '바람'을 품을 정치인을 찾는다면...
다시, 국회의원은 (유권자 앞에서) 바람 앞의 촛불이거나, (국민의) 바람 없이는 못사는 존재(여야 한)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청계천에 내건 국회의원 후보자 포스터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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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막말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용민 후보와 상대후보인 이노근 후보의 포스터가 바람에 나부낀다. 두 사람 모두 '바람'에 울고 웃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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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을 지역의 김종훈 후보와 정동영 후보. FTA 비준과 야권의 말바꾸기가 선거의 쟁점 중 하나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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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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