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발표하는 임대주택 공약, 실효성은?

[토론회] 목표치 미달에 관리도 부실해 '외딴섬' 된 임대주택

집이 넘쳐나는 한국이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한 가구당 하나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나 그렇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 중 절반만(54.2%)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전세(21.4%), 월세(21.4%) 생활을 하고 있다. 국민 중 절반이 집 없는 생활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서 사는 가구도 186만(10.6%) 가구나 된다. 사실상 집이 아닌 '공간'에서 사는 이도 상당수다. 고시원(15만 가구), 지하셋방-옥탑방(95만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 취약 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은 사실상 없다. 임대아파트가 고작이다. 1992년부터 공급된 임대아파트는 자력으로 집을 구할 수 없는 저소득층,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철거민 등을 대상으로 지어졌다.

임대아파트는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는 가구에 혜택을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 임대주택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 6개 단체는 12일 국회 의정관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두고 토론회를 열었다.

▲ 서울에 있는 임대아파트. ⓒ프레시안(허환주)

우리나라 임대주택 비율은 고작 5%

취지도 좋고 효과도 좋은 임대아파트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량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평균(11.5%)에 절반도 못 미친다.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20% 내외다.

최병우 전국복지센터협의회 운영위위원장은 "현재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19만 호이지만 대기자가 20만 명에 달한다"며 "게다가 대기 기간은 최소 1년, 길게는 2~3년 걸린다"고 설명했다. 절대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대선 후보들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2018년까지 매년 12만 가구씩 공급해 전체 가구의 10%까지, 2028년까지 매년 9만 호씩 공급해 전체 가구의 15%까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마찬가지다. 2018년까지 연간 12만 호를 공급해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가구의 10%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철도용지 상공에 복합주거타운을 조성, 임대주택 20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이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남주 민변 변호사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제시한 물량은 적절한 목표량이나 하겠으나 모두 세부 공급계획이나 구체성 등이 떨어져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를 두고는 "20만 호 공급으론 부족하다"며 "추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공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민심 달래기용' 임대주택 공급 공약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 임대주택 공급 사업은 선후 정권 간 연계 없이 단절되었고 주택난 심각 시기에 민심 달래기용으로 과도하게 부풀려 계획을 발표한 다음 용두사미로 끝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이름을 바꿔가며 임대주택 정책이 실행됐다. 하지만 애초 계획된 대로 임대주택을 건설하진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된 원인에는 정권 획득을 위한 무리한 공약 남발도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규범화'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는 임대주택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실행력 담보를 위한 규범화가 필요하다"며 "주거복지기본법 재정과 국민연금 재정을 사용한 민자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 방안 논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임대주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연합뉴스

'도시 속 외딴섬'이 된 임대아파트도 문제

이미 만들어진 임대주택의 시설 관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도시 속 외딴섬'이 된 임대아파트는 지자체의 골칫거리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국장은 문제 해법으로 '외부적 충격'을 제시했다. 이 국장은 "최근 만들어진 임대아파트는 다르지만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노후화됐고 부대시설 등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면서 발생하는 게 낙인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주민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 자기가 사는 아파트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춰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내 것이 아니기에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시설 관리를 넘어, 생활관리, 생활지원 등 복합적인 지원이 가능한 주민자치회, 전체 커뮤니티 운영위원회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소프트웨어의 설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이 국장의 생각이다. 이 국장은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 즉 주거환경의 개선도 주문했다.

이 국장은 "장기적으로 임대아파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리모델링,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물리적 환경 개선 없이 개인의 커뮤니티를 일으킨다는 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것을 주민들이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외부충격, 즉 외부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공급에서 관리까지 하는 게 주거복지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선주자는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은 "이제까지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공급자 중심 정책을 펼쳐왔다"며 "이제는 이런 공급중심 정책을 수요자, 특히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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