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인권위…실명 게시판 설치 지시한 현병철

현병철 "익명으로 받으니 비방성 글 많아"

진통 끝에 연임에 성공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연임 이후 내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쇄신책이 내부 전산망에 실명 게시판 설치라 논란이 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지난주 국·과장급 간부들을 개별 면담하며 내부 소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한양대 교수 시절에도 익명으로 (의견을) 받으니 비방성 글이 많아서 안 되겠더라"며 실명 게시판 설치를 지시했다고 26일 복수의 인권위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후 현 위원장의 지시 사항은 인권위 내부 전산망을 관리하는 실무 부서에 전달됐다. '위원장에게 바란다'는 이름의 실명 게시판이 인권위 누리집에 신설될 전망이다.

현재 인권위의 내부 게시판은 업무 게시판과 자유게시판으로 나뉜다. 업무 게시판은 공지사항 등을 올리기 때문에 실명으로 쓰지만, 자유게시판은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이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시물 중 대부분은 현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위원장의 실명 게시판 설치 지시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위헌이라고 한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도 배치된다.

한편, 연임 이후 추진하려던 쇄신책들도 내부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현 위원장은 차관급 상임위원(단장)과 5급 이상 직원 10여 명으로 쇄신기획팀을 꾸리겠다는 복안을 내놨으나, '내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상임위원들이 반발하고, 팀장 자리를 제안받은 과장급 간부 2명도 '여론수렴부터 하라'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위원장이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추진했던 단독 면담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현 위원장은 160여 명의 직원 가운데 면담 대상자 20명을 선정해 날짜·시간을 개별 통보했지만, 일부 직원들은 면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면담자를) '선정'한다는 표현도 웃기고, 위원장과 얼굴 맞대고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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