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시여, 우리들을 용서치 마소서

[<江원래> 4인4색 리뷰] 남한강 도리섬의 꿈과 슬픔

지난해 본격적으로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서 강으로 떠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환경운동가들이 아니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과 미디어 활동가들이다. 저마다 내면의 부름에 따라 각처로 카메라를 들고 떠났다. 떠난 시기는 모두 다르다. 도시로 돌아온 날도 다르다. 어느 순간 영상 일꾼들은 모일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4대강 삽질 반대 영상 프로젝트 <江, 원래>다.

정부의 언론 통제로 영상 기록물 제작이 어려운 현실에서 <강, 원래>는 게릴라식 생산과 소통 방식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허위와 기만을 고발하고, 때론 살육의 슬픈 풍경을 말없이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었다.

<江, 원래>엔 4대강 공사 현장 노동자의 삶이 있고, 사라지는 생명들의 이야기가 있고, 팔당 두물머리, 영주댐 금강마을 등 고통받고 투쟁하는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가 있다. 두 편의 '색깔 있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영상 작가들은 뷰파인더 속에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을 담아 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12편의 단편 영화가 묶인 4대강 옴니버스 영화 <江, 원래>다. 이 연재는 열두 편의 강 이야기를 4명의 작가들과 함께 만나는 릴레이 리뷰다. 시인, 르포작가, 방송작가, 평론가 4명이 글짐을 떠맡았다. <강, 원래>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편집자>


말없이 흐르는 강물이야말로 이나라 만고대덕이셨다.

그리하여 이 땅 선지식들께서 흙과 물은 나의 옛몸이라고 우러러 공경해 마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런데 오늘 그 귀하디 귀한 내 옛몸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있다.

아 저기 내 본체가 죽어가며 신음하고 있는 모래톱 옆에 괴력난신의 포크레인들이 고지전이라도 치루는 양 도리섬을 무참히 살육하고 있다.

늦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숲의 춤이 실로 아프다.

단양쑥부쟁이꽃들도 올가을 햇빛이 마지막이라고 예감이라도 한 듯 저녁 강물을, 만추의 도리섬을 아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다.

강물 또한 쑥부쟁이 일가를 지켜주지 못해 정녕 송구스럽다며 홀로 묵언수행중이신것 아닌지 모르겠다.

한시절 도리섬 곳곳이 무자비한 용산 참사역이었고, 사대강 천지간이 목숨지닌 것들의 거대한 무덤이었고 간곡한 울음처였다.

갓 태어난 아기 고라니들을 데리고 나온 어미 고라니의 착한 눈빛이 머무는 곳, 누치들 버들치들 꼬마물떼새들의 아름다운 초례청이었던 바위늪구비가 시방 울고 계신 것이다. 그렇다, 강기슭은 봄이면 연두빛 울림으로 충만한 신생의 전령사였고, 여름이면 진초록의 생명으로 가을이면 황홀한 금빛 물결 억새밭이 장관이었다. 그리고 겨울이면 희디흰 모래톱이 광대무변한 원고지가 아니었겠는가. 거기 시 한 편 오롯이 있어야 하는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찌 세상일이 아름다운 일만 있으랴. 한여름 홍수로 범람하여 내 옛몸이 지나간 자리 아픔들 또한 우리가 감내해야 할 거룩한 슬픔이 아니었을런지.

참담한 시절 짐승의 시간이었을것이다. 강물께서 일체의 말을 잃었을 때 토건 마피아 포크레인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잽싸게 선점하며 생명의 가치를 능멸하였고, 녹색성장을 선전하며 녹색의 정의를 조롱하였다.

그러나 애오라지 강께서는 당신을 위하여 울지말고 다시는 모천을 찾아오지 못하는 표범장지뱀들 흰목물떼새들 단양쑥부쟁이들 초록 눈빛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 때 도리섬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한 어리석은 시인이 있어 두손 비나리 하고 있었으리라. 생명의 어머니이신 강이시여, 우리들을 용서치 마소서.


▲ 녹색연합 김성만 활동가의 <죽지않았다> 중. ⓒ<죽지 않았다>
<江, 원래> 공동체 상영 신청하세요!

'강 원래'는 4대강의 실체를 알고 싶은 어른은 물론,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강 원래'는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까페(http://cafe.daum.net/free4river)의 '공동체 상영신청란'에 연락처와 함께 글을 남겨 주세요. 상영료는 받지 않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환영합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209701-04-308799 이하연(강 원래)
▲ ⓒ강원래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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