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3의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기고] "중도진보의 민주정당으로 결집해야"

지난 8일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한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핵심 쟁점은 '한국형 제3의 길은 있는가'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필자가 속한 좋은정책포럼에서 네 명(임혁백 고려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이 준비한 글들에 대해 모두 여섯 명의 정계(김부겸 열리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학계(최원식 인하대 교수, 송호근 서울대 교수), 사회운동계(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인사들이 토론해 주었다.

좋은정책포럼 측 네 분의 글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문제의식은 진보개혁세력이 '한국형 제3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은정책포럼은 '지속가능한 진보(Sustainable Progress)'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진보' 노선은 20세기에 실험된 진보인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고비용-저효율의 진보로서 고효율과 저비용이 요구되는 21세기 세계화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는 지속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불안정성과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지속불가능하다고 본다.

제3의 길로서의 '지속가능한 진보'

글로벌화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지속가능한 진보는 공평성을 지향하면서도 '고효율-저비용'을 실현하고자 하는 진보다. 고효율-저비용은 혁신을 통해 추구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진보는 민주주의와 공평성을 지향하면서도 기업, 교육, 정부 등에서의 획기적 혁신을 추구한다. 여기서 혁신의 방향은 지식기반경제가 요구하는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공평성만 강조하는 관점과 혁신과 효율성만 강조하는 관점을 넘어 민주주의와 혁신을, 공평성과 효율성을 결합하려는 관점이 제3의 길이다. 이 두 관점이 결합되어야만 '지속가능한 진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적 수준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진보'는 1970년대까지의 기존 사회민주주의와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지향한다. 한국사적 수준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진보는 1987년 이전까지의 개발독재(혹은 발전국가) 모델도 아니고 1997년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지향도 아닌 '한국형 제3의 길'을 지향한다. 왜냐하면 개발독재는 민주화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고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최종적으로 붕괴되었으며, 신자유주의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그동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떤 상황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하다가 또 다른 상황에서는 반신자유주의적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적 제3의 길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가, 있으면 제시해 달라"고 했다. 송호근 교수는 "현재로서 신자유주의와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적고 제한적 진보주의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신자유주의를 헤쳐 나갈 동력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제3의 길을 지향하는 좋은정책포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질문과 주장들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

이와 연관해 주목할 것은 최근 진보도 변해야 한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 요지는 진보도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의식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와 사회민주주의 복지의 물리적 결합, 다시 말해 '좌파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지속가능한 진보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불가피한 것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대안적 발전모델을 모색하는 '한국형 제3의 길'을 추구하고자 한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와 그의 정책 브레인인 앤서니 기든스가 추구한 제3의 길이 과연 있는가에 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사회민주주의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이란 이 둘을 절충한 것이고 결국에는 신자유주의로 귀착하고 말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제3의 길이란 없다'고 판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자유주의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INA)"고 한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이 옳은가?

"제3의 길은 없다(There is no third way)"고 주장하는 좌파들의 주장이나 신자유주의 이외에 "대안은 없다"는 우파의 주장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두 주장을 종합하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자본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떤가?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지구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앵글로색슨형(미국, 영국) 주주자본주의 혹은 자유시장 경제가 있는가 하면, 라인형(독일)과 노르딕형(스웨덴)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혹은 조정시장 경제도 있다.

주주가치 내지 주가수익의 극대화를 지향하며 주주만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가하는 주주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자유시장 경제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주주뿐만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등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 위에서 공익과 연대의 실현을 위해 시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고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경제를 운영하는 '조정시장 경제'는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물론 글로벌화와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신자유주의 흐름에 대응하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혹은 조정시장 경제의 틀 안에서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려는 혁신과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덴마크와 네델란드 등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정책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 높은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관대한 사회복지, 실업자의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구성된 유연안정성 모델은 신자유주의가 아니고 신자유주의에 대응하여 기존의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넘어선 진보적인 '제3의 길'이고 지속가능한 진보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기존의 사회민주주의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은 유럽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 네델란드, 덴마크 등에서는 공평성과 효율성이 다같이 높은 '제3의 길' 발전모델이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맥락을 가지는 '한국형 제3의 길'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한국형 제3의 길'은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진보를 지향하는 좋은정책포럼이 제시하는 '한국형 제3의 길'의 비전과 정책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다.

① 참여-연대-생태의 가치 추구
② 분권-혁신-통합 정책의 실천
③ 공정한 시장경제의 실현
④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추구
⑤ 혁신주도의 내생적 지역발전
⑥ 국가지상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극복
⑦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의 추구
⑧ 공정한 글로벌화의 추구

이러한 8개 항목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일반적 원칙이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형 제3의 길'은 결국 한국형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한국형 조정시장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3의 길의 성장체제는 각 경제부문과 각 지역에서 혁신이 일어나면서 수출부문과 내수부문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도권과 지방 간에 동반성장이 이루어지고 사회통합이 실현되는 '혁신주도 동반성장 체제'다. 제3의 길에서는 혁신을 위한 경제주체의 인적자원개발에 주력하는 학습복지와 지역수준에서 육아, 양로, 교육, 의료 등의 현물급부가 제공되는 복지공동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복지모델을 지향한다.

한국형 제3의 길이 실현되려면 대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글로벌화도 아니고 반글로벌화(anti-globalization)도 아닌 공정한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며, 대내적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경제운영이 요청된다. 남북관계에서는 민족공조와 국제공조의 균형을 이루고, 한미관계에서는 반미도 친미도 아닌 용미(用美)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IMF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한국경제는 주주자본주의적 방향으로 나아갔다. 아직은 이른바 '총수자본주의'가 유지되고 있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구조 개혁은 주주자본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1997년 이후 주주가치를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저투자(따라서 저성장)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다른 한편 상시적인 신자유주의적 기업구조조정을 행하는 주주자본주의적 실천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양극화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진보를 위해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주주자본주의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구조는 총수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될 수 있는가? 1997년 이후 이후 강화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를 어떻게 조정시장 경제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경제개혁은 총수자본주의를 주주자본주의로 전환시키려는 것이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벌인 소액주주 운동도 주주자본주의적 요소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은 총수자본주의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정부, 주주, 시민단체의 요구 내지 압력에 따라 주주자본주의적 요소를 강화시켰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는 반대한다. 개방된 자본시장 아래에서 재벌총수를 비롯한 오너들은 주주가치 유지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노동운동은 한편으로는 파업투쟁 일변도의 전투적 조합주의로 나아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이루어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기업 수준의 노사관계에서 보면 노동조합은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작업장 참가에는 소극적이면서도 기업경영 방향을 결정하는 전략적 의사결정 참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가하는 데는 반대하면서도 노동조합에게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작업장 참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수준의 노사관계에서 보면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에 노사 모두 소극적이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후 아직 복귀하고 있지 않다. 이런 까닭에 노사정위원회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노사정 주체들 간의 서로 다른 지향과 태도로 인한 대립과 소모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제3의 길로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실현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이다. 즉 제3의 길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타협을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사회적 대타협 실현의 조건

우선 첫째, '기업총수의 경영권이 보장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만드는 방향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즉 기업총수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대신 주주, 노동자, 하청업체, 채권자, 소비자 등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일정한 형태로 참가하는 타협을 하는 것이다. 이와 연계하여 기업 수준에서 노와 사가 작업장 참가와 전략적 의사결정 참가를 교환하는 타협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작업장 참가가 생산성 및 품질 향상과 노동생활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금교섭을 넘어 숙련 향상을 위한 교섭, 즉 숙련교섭 중심의 단체교섭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전자가 후자를 수탈하는 종속적인 하청관계로부터 양자 간의 상생의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사용자 간의 타협을 해야 한다. 수탈적인 단가인하 관행을 청산하고 대-중소기업 간에 공동 연구개발과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는 것이 이 타협의 핵심 내용이 될 것이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간 타협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사용자 간 타협과 함께 노동자 간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모기업인 대기업 노동자와 하청기업인 중소기업 노동자 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연대가 필요하다. 이 연대는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중소 하청기업의 단가 인하와 그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 인하 및 고용 불안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위해 정규직이 임금을 양보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최대 노동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규직 측에서 나눔의 연대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정규직의 임금인상 자제와 정규직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성 해소가 요청된다. 현재 노동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이 이러한 연대 실현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넷째,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위한 노사정 간 타협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대신 사회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강화하는 데 노사정이 합의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확충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에 따른 정부지출 증대를 뒷받침할 세원 확보를 위한 방안에 노사정이 합의해야 한다. 1997년 이후 노동시장은 급격히 유연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지출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적 지출은 아주 빈약한 수준이다. 만약 한미 FTA가 어떤 형태로든 맺어진다면 양극화가 더욱 진전될 것이므로, 사회복지 지출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노사정 간 합의 도출이 시급하다.

다섯째, 수도권과 지방 간의 상생발전을 위한 수도권과 지방 간 타협을 해야 한다. 지역혁신에 기초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과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의 해소에 필수적이다. 지역혁신이 일어나려면 지방에 인적, 물적 자원이 획기적으로 확충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 일극 발전체제를 다극 발전체제로 전환시키는 균형발전 정책이 실시돼야 한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법률에 기초하여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타협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수도론' 제기를 계기로 재연되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소모적 갈등이 증폭되지 않게하려면 '대수도'와 '대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한 비전에 수도권과 지방이 합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차원의 사회적 대타협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일관되고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은 있으나 그 실현을 위한 조건은 성숙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은 결코 단번에 이루어질 수 없고 작은 타협들이 오랜 기간 축적되어 마침내 대타협에 이르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타협의 성사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야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나고 만 참여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은 오히려 노사 간의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의 성패는 특히 장기에 걸쳐 꾸준히 일관되게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정부의 역할에 크게 달려 있다. 이런 까닭에 사회적 대타협 도출을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대안적 발전모델로의 점진적 이행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한국형 제3의 길로서의 대안적 발전모델은 '혁신주도 동반성장 체제',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학습복지와 복지공동체가 결합된 새로운 복지모델',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경제운영'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규정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 제약과 경제주체들의 능력과 의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대안적 발전모델로의 이행은 장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편으로는 외압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주체들의 선택을 통해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적인 주주자본주의의 길을 걸어 왔다. 그 결과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한국경제의 양대 모순이 초래됐다. 이러한 모순이 심화되면 지속적 성장과 복지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한국경제에는 양극화가 저성장을 낳고 저성장이 양극화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걸어 온 신자유주의적 주주자본주의로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이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대안적 발전모델로의 이행은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다차원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점진적 이행과정에서는 대안적 발전모델 정립을 위한 상호보완적인 제도들을 구축하는 제도혁신, 경제주체들의 의식과 태도를 바꾸는 문화혁신의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대안적 발전모델로의 점진적 이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이행을 주도할 주체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그 주체세력은 과거 개발독재 모델에서의 성장연합과 다른 새로운 '대안적 발전 연합(alternative development coalition)'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대안적 발전 연합은 앞에서 제시한 한국형 제3의 길의 비전과 정책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개인과 단체로 구성될 것이다. 이러한 연합에 기초하여 한국형 제3의 길을 이끄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이 정치세력은 현재의 한국 정치지형을 이념과 정책에 따라 재편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중도진보의 민주정당으로 결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치세력이 사회적 다수가 되기 위해서는 작동불가능하고 지속불가능한 낡은 진보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진보 노선에 따라 실사구시적이고 현실주의적 관점에 서서 점진주의적 접근을 통해 대안적 발전모델에 도달하려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새로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과 지식인 운동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토대를 형성해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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