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남기고 떠난 문광부 차관

실세 눈 밖에 난 탓이냐? 직무 회피한 탓이냐?

지난 8일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광광부 차관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관료로 승승장구하며 50세의 나이에 차관 자리에 오른 인사가 6개월 만에 경질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

문광부 안팎에서는 유 차관의 경질을 두고 "이번 인사는 유 차관이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부한데 따른 것", "현 정부 실세와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는 등의 각종 의혹이 떠돌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정태호 대변인은 10일 "정무직 인사는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각종 언론에 나오는 이유(낙하산 거부, 실세 갈등설) 등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또한 <연합뉴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전언 형식으로 "유 전 차관 경질의 본질은 당사자의 심각한 직무회피"라며 "새로 통과된 신문법 제정 이후 후속 업무들을 고의로 회피했다"며 "유 전 차관은 정책홍보관리실장 시절부터 부여받은 임무가 신문법에 의해 출범한 기구들인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문제였는데 고의로 직무를 회피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핵심관계자의 설명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고의로 직무를 회피한 인사를 정책홍보관리실장에서 차관으로 승진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당사자인 유 전 차관은 9일 문광부 전 직원에게 전자메일로 보낸 이임인사에서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조용히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가려 한다"며 "농담이지만,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였든가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기도 한 <소오강호(笑傲江湖: 자신만만하게 강호무림을 비웃는다)>는 유명 무협작가이자 홍콩의 유력지 명보 주필이기도 했던 김용이 문화대혁명 기간에 쓴 정치풍자 무협지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영호충은 위선자에 불과했던 스승의 본질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스승을 꺾고 세상을 바로잡은 후 아무런 미련 없이 강호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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