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거부할 수 없는 재즈의 유혹, 뮤지컬 '올 댓 재즈'

재즈 선율과 어우러지는 화려한 안무가 돋보여

방금이라도 시작 할 것 같이 재촉하던 공연의 안내 방송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언제 공연이 시작할까 고민하며 방송만을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는 때, 눈부신 형형색색 간판이 갑자기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그러나 당황할 틈도 없이 터질 것 같은 재즈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워 관객들의 생각을 마비시킨다. 그 틈, 어느새 복도로 나온 배우들은 몸을 음악에 맡기며 잘 짜여진 안무를 정확하고 매섭게 풀어낸다. 관객들은 벙찐 표정으로 그들의 몸짓을 바라본다. 그 사이 무대는 정비되고 드라마가 준비된다. 태민과 유라, 헤어진 연인 사이의 5년을 재즈와 춤으로 담아내는 뮤지컬 '올 댓 재즈'의 막이 올랐다.

▲ ⓒNewstage

사방의 거울이 나를 쳐다본다. 안무가 태민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 태민은 거울 속 '그'에게 묻는다.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같은 공간 같은 거울 앞 한 여자가 있다. 영겁 같았던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내 태민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온다. 겹겹 거울이 둘러싼 공간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거울과 나 사이에 먹먹한 공기가 그리움으로 명확해지는 순간, 전직 댄서 유라는 사랑을 찾기 위해 춤을 춘다.

▲ ⓒNewstage
뮤지컬 '올 댓 재즈'가 낯설지 않다. 그건 사실 이 작품을 알아서라기보다 뮤지컬 안무가 밥 포시의 영화 '올 댓 재즈'를 들어본 것일 확률이 크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범람하는 뮤지컬계에서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원작이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뮤지컬 '올 댓 재즈'는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영화 '올 댓 재즈'의 감독인 20세기 최고의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 식 안무가 작품의 토대가 됐다는 사실 외에 전혀 다른 줄거리와 연출을 가진다. 작품은 지난해 초연 당시 영화 제목과 같은 창작품으로 관심을 모았고, 국내 뮤지컬 1세대 안무가 서병구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서병구의 안무와 연출은 그 완성도에서 인정받아 안무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 초연의 상과 사랑의 능력에 책임을 다하듯 소극장에서 대형 뮤지컬로 무대를 옮겼다.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이번 공연은 커진 무대만큼이나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풍부한 무대를 선보인다. 앙상블이 네 명에서 열두 명으로 늘었고 조명이 화려해졌다. 의상과 무대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됐다. 더욱 화려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객의 시선을 화려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안무와 재즈 선율로 끌어당기기는 작품의 힘이 여전히 놀랍다. 관객은 이번에도 커진 무대 장치의 스펙터클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짓의 화려함과 정확함에 감탄한다. 초연의 힘이 화려한 볼거리만을 쫓다 줄어들까 염려했던 마음을 단 번에 없애줘 고맙기까지 하다. 뮤지컬 '올 댓 재즈'는 인간의 몸이 탄생시키는 미적 쾌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랑과 이별, 환희와 고통, 유혹과 거절 그 모든 것이 표현된 배우들의 몸짓에서 관객들은 의도한 것 이상의 감정을 경험한다. 장면에 따라 강약이 조절되는 완벽한 몸짓이 정말 귀하게 느껴진다.

또한 작품은 극의 절반 이상이 안무에 비중을 두고 흘러가지만 넘버, 드라마, 연출 등 무엇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재즈에 맡겨진 안무는 극의 흐름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아 자연스럽다. 드라마의 반전은 빤하다는 것이 아쉽지만 구성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 뮤지컬 넘버 역시 안무가 빠져도 극의 흐름을 잘 설명해준다. 구성요소의 합이 맞을 때 안무도 돋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안무가 출신 연출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무대 영상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재즈와 안무로만 승부하려는 대극장 뮤지컬이 무척 흥미롭다. 눈과 귀로 경험한 느낌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가 애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춤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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