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tage |
사방의 거울이 나를 쳐다본다. 안무가 태민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 태민은 거울 속 '그'에게 묻는다.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같은 공간 같은 거울 앞 한 여자가 있다. 영겁 같았던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내 태민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온다. 겹겹 거울이 둘러싼 공간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거울과 나 사이에 먹먹한 공기가 그리움으로 명확해지는 순간, 전직 댄서 유라는 사랑을 찾기 위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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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관객의 시선을 화려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안무와 재즈 선율로 끌어당기기는 작품의 힘이 여전히 놀랍다. 관객은 이번에도 커진 무대 장치의 스펙터클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짓의 화려함과 정확함에 감탄한다. 초연의 힘이 화려한 볼거리만을 쫓다 줄어들까 염려했던 마음을 단 번에 없애줘 고맙기까지 하다. 뮤지컬 '올 댓 재즈'는 인간의 몸이 탄생시키는 미적 쾌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랑과 이별, 환희와 고통, 유혹과 거절 그 모든 것이 표현된 배우들의 몸짓에서 관객들은 의도한 것 이상의 감정을 경험한다. 장면에 따라 강약이 조절되는 완벽한 몸짓이 정말 귀하게 느껴진다.
또한 작품은 극의 절반 이상이 안무에 비중을 두고 흘러가지만 넘버, 드라마, 연출 등 무엇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재즈에 맡겨진 안무는 극의 흐름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아 자연스럽다. 드라마의 반전은 빤하다는 것이 아쉽지만 구성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 뮤지컬 넘버 역시 안무가 빠져도 극의 흐름을 잘 설명해준다. 구성요소의 합이 맞을 때 안무도 돋보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안무가 출신 연출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무대 영상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재즈와 안무로만 승부하려는 대극장 뮤지컬이 무척 흥미롭다. 눈과 귀로 경험한 느낌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가 애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뮤지컬 '올 댓 재즈'의 춤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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