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밤 브리핑을 통해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며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과 앞으로 미국 측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방미 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방미를 성원해 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유감 표명의 주체가 홍보수석으로 격이 낮은데다, 브리핑 내용에서도 '대통령께 사과'한다고 한 점 등은 여전히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의 피해자일 수는 있다. 이 수석 입장에서 자기 부하가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역시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홍보수석이 대통령에게 미안한 것은 직접 대통령을 만나 '죄송하다'고 하면 될 일이지, 굳이 언론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브리핑에서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뜻을 대신 전달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달 14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북한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뜻"이라는 전제 하에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수석은 '홍보수석으로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신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사과받는 '객체'에 포함시켰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사과를 해도 시원찮은 판에 오히려 사과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와대가 이번 사태의 파장에 대해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민주당은 박용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오기인사'를 한 대통령도 이 사건에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며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지, 청와대 홍보수석한테서 사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공간도 달아올랐다. 트위터 이용자 'histo***'는 "청와대가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 하다하다 '셀프사과'까지…"라고 했고, 'seong***'는 "그런 사과는 너희들끼리 하라"고 비판했다. 'Tea***'는 "사과를 해야 할 사람에게 사과?"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 'blues***'는 "홍보수석이 국민 앞에서 '대통령께 사과드린다'고 한 것은 외신을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국격'을 걱정했고, 'beoxy***'는 "홍보수석이 대통령을 알현조차 못하는 모양. 그래서 사과를 언론기사를 통해서 진상"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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