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미국에 위협 되려면 10년 이상 걸려"

[해외전문가 시각] "북미 미사일 협상 재개하면 얻을 것 많아"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탑재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즉시 소집되어 대응 조치를 논의한다. 북한은 광명성 3호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이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발사가 실패로 끝나자 양국의 공식 논평은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은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중단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미국 백악관은 안보리 결의를 언급하지 않은 채 '국제 규범 위반'이라는 표현만 쓴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성명의 차이가 실제 대응에서 어떤 차이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발사 실패'라는 예상 밖의 결과가 유동적인 정세를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실패를 만회하려고 핵실험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그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진다. 그러나 실패했으니 안보리 대응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의 태도와 그에 따른 안보리 대응의 수위가 향후 정세에서 더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위성 발사 계획이 발표되자 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풀려면 2000년 중단된 북미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보기) 그들의 견해는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도 마찬가지였다. 미 신시내티대학에서 정치학을 연구하는 딘쇼 미스트리 교수는 지난 9일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외교관)>에 보낸 기고에서 두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같은 주장을 폈다.

딘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며, 향후 10년 동안 미사일 협상을 하고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밟는다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억제는 물론 여러 모로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기술에 관한 그의 평가는 이날 위성 발사 실패로 입증이 된 셈이다.

딘쇼 교수는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다룬 <미사일 확산 봉쇄>의 저자이기도 하다. 칼럼의 주요 내용을 번역해 소개한다.(☞원문 보기) <편집자>




▲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AP=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계획을 중단시키려면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한 과도하게 징벌적인 대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데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대응은 오히려 '도발과 제재'라는 익숙한 사이클만을 맴돌게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핵실험을 억제함으로써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지 못하게 하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시킴으로써 핵무기 재고를 10개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국제 사찰단으로 하여금 그러한 동결 상태를 감시하도록 하는 등 북핵에 관한 세 가지 핵심 이슈의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활동을 중단케 하는 외교적인 접근을 전개함으로써, 이러한 중요한 억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에 주는] 위협은 미미하다.(small) 북한은 아직 장거리 미사일을 완성한 상태가 아니다. 2006년 발사는 실패했고, 2009년 발사는 성공과 실패의 양면이 있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더라도[실제로는 실패] 북한이 이 시스템에 확신을 가지려면 최소한 또 한 번의 추가적인 발사 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10년 이상 동안 북한은 엄청난(huge)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은 너무 크고,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 주입에 시간이 걸린다. 이는 미사일을 이용한 신속한 작전에 그리 적절하지 않다. 아울러 북한은 아직 소형화한 [핵]탄두에 대한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탄두를 장거리 로켓에 장착할 수도 없다. 그러한 탄두를 개발한다 해도 북한이 지금 가지고 있는 핵물질은 핵무기(nuclear device) 10개 이하를 만들 정도에 불과하다. 그건 미국에 닿을 수 있는 장거리 로켓 보다는 한국과 일본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은 앞으로 10년 동안 제한적인 상태로 남을 것이다. 그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정치적 정상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지난 2000년 타결 직전까지 갔던 것과 유사한 미사일 협상이 이뤄질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첫째,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은 모든 미사일과 로켓 발사에 대한 포괄적인 모라토리엄(유예)에 동의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은 다른 나라에서 자신들의 위성을 대신 발사해준다면 장거리 로켓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검증 가능한 상태로 중단할 수 있고, 그 기간 다른 나라에서 1개 혹은 2개의 북한 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옵션은, 북한이 매 2~3년 마다 위성 발사 로켓을 단 하나만 만드는 걸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발사할 때, 그 로켓은 새로운 로켓이 아니라 군사 작전에 부적합한 대형 액체 연료 로켓임을 국제 조사단에 의해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적 보상이 이뤄진다면 북한은 미사일 기술의 수출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란에 대한 미사일 이전을 막을 것이다. 북한 정부는 또 미사일 수입도 그만둘 수 있는데, 그로 인해 이란으로부터 고체 연료 기술을 제공받을 수도 없게 할 것이다. 이건 중요한 일인데, 북한이 액체 연료를 쓰는 수백 개의 중거리 미사일을 만들어왔지만 군사적으로 이용하기에 더 좋은 고체 연료 미사일을 만들어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넷째, 북한은 과거에 있었던 미사일 [기술] 이전에 관한 신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와 관련 시설에 관한 1만9000페이지짜리 문건을 통해 플루토늄 생산을 신고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를 통해 미국은 이란이 가지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프로젝트의 수준을 보다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미사일 방어 체제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사일 방어를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의 불화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섯째, 미사일 협상이 진전되면서 북한은 2000년에 그랬듯이 중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보다 자발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에 대해 과잉으로 반응하기보다 저 멀리를 내다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다. 국제적인 외교를 벌인다면 북한 로켓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측면을 중단시키거나 점차 내려놓게 하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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