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조속히 미사일 협상을 제안해 내달로 예고된 위성 발사를 유예시키거나, 발사된 후에라도 협상을 제안해야 한다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주장과 같은 뜻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 북한 위성 발사가 'G2'에게 묻는 것)
북미 미사일 협상은 1990년대 말 시작해 2000년 11월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기본 틀을 합의한 바 있다. 협상 막바지 미국 측 대표는 현재 미 국무부의 정무차관을 맡고 있는 웬디 셔먼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올브라이트와의 회담에서 △노동미사일 등 사정거리 500km 이상 미사일의 추가 개발과 생산을 하지 않으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은 X년 내에 폐기하고 △단거리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규약(MTCR) 기준을 준수하고, MTCR 지침의 한도를 초과하는 미사일 및 관련 부품과 기술의 대외 판매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은 매년 3개의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이른바 '대리발사')하며 현금보상 대신 수년 간 일정액 상당의 식량 등 현물로 보상해 주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소개한 임 전 장관은 "이듬해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방어(MD) 추진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협상을 깨버렸다"며 "이번 위성 문제도 그렇게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지난 7일 뉴욕에서 있었던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났었다. 임 전 장관은 '새 지도자(김정은)는 지난 세대와 달리 미국과의 다툼을 원치 않는다'는 북측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신경을 쓰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용호와 얘기해 보니 대남관계에서 북한의 입장은 분명했다"며 "남측이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할 의지만 확인되면 남북관계가 즉각 풀린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차기 한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임 전 장관은 "미국이 한반도에 개입해 있고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미국의 동의 없이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 내 남북‧북미‧북일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을 움직여 본 경험이 있다. 모든 문제는 미국에 달려 있는데, 알고 보면 모든 문제는 우리한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를 회고하며 "주한 미국 대사가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나를 찾아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잘 좀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우리가 미국과 중국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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