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성 발사가 'G2'에게 묻는 것

[분석] '북‧미 미사일 협상' 돌파구는 있다

북한은 왜 지금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하려는 것일까?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지 나흘이 지났지만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을 맞아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고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분석에는 거의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반쪽의 진실만을 알려준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말하려 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맥락에서 북한의 발사 계획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과거 세 차례에 걸친 북한의 위성‧미사일 발사는 한 마디로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벼랑끝 전술'이었다. 미국과의 협상을 개시하거나(1998년 광명성 1호), 정체 상황을 돌파하기(2006년 장거리 미사일, 2009년 광명성 2호) 위한 북한식의 거친 제안법이었다.

그러나 이번 위성 발사는 과거와 다른 분위기 속에 놓여 있다. 북한과 미국은 3년여의 공백을 깨고 지난 2월 29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중단과 미국의 영양 지원을 합의했다. 그로부터 보름쯤 후에 그 합의의 파탄까지 갈 수 있는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무리 북한이라고 해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식 협상 제안일 수밖에 없다. '2.29 합의 직후'여서 더 극적이고, 따라서 더 근본적인 것을 묻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북한이 답을 요구하는 상대는 기본적으로 미국인데, 이번에는 중국을 향해서도 과거보다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차이도 있다.

"미국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여기고 있는가"

미국을 향해서는 무엇을 묻고 있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선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진정한 협상 파트너로 대접할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평화체제 협상 등 근본적인 한반도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에 앞서 미국의 기본 태도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핵과 항공우주기술이란 양대 첨단 기술을 보유할 권리는 기본적으로 국가 주권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관련해 핵무기와 핵발전(핵의 평화적 이용)을, 항공우주기술과 관련해서는 장거리 미사일을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주권에 관한 국제적 제한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하나가 항공우주기술과 관련한 인공위성 문제다. 달리 말해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권' 문제인데, 이 권리는 북한의 주장대로 모든 국가가 가지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그 권리를 인정해 자신들을 정상국가로 받아들일 것인지, 위성 발사를 통해 가늠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우주 이용권을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 인공위성 기술은 미사일 기술과 동전의 앞뒷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위성을 쏘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임시 중단을 합의한 2.29 합의,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은 이미 내놨다.

그렇다면 두 나라는 다시 충돌의 외길수순을 밟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돌파구는 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미사일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하는 게 가능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2000년 10월 합의했지만 이듬해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됐던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사정거리 500km 이상 미사일의 추가 개발과 생산을 하지 않으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은 X년 내에 폐기하고 △단거리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규약(MTCR) 기준을 준수하고, MTCR 지침의 한도를 초과하는 미사일 및 관련 부품과 기술의 대외 판매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매년 3개의 인공위성 발사를 지원(대리발사)하며 수년 간 일정액 상당의 현물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이 2000년의 협의 내용에다가 북한의 인공위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상을 빨리 제안해야 한다"며 "그 협상을 통해 일단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유예하도록 하고, 추후에 북한이 우주 공간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경로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협상을 제안하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입지는 매우 좁다. 미국에서는 2.29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었다. 미 국무부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미국도 곧 대통령 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한국은 협상을 추동하기보다 그 반대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위성 문제까지 불거졌으니 오바마 행정부가 움직일 틈은 더욱 좁아졌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을 제안해 실제로 위성 발사를 유예시킨다면 오바마 정부에 더없는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어찌보면 오바마 정부에 최고의 전화위복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선택은 오롯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

▲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는 미국과 중국에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사진은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중국에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북한이 중국에 던지는 질문은 매우 난감한 것이다. 2009년의 경험 때문이다. 중국은 그해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뒤이어 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6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 와중에 치열한 내부 논쟁이 있었다. 북한을 계속 안고 갈 것인가, 이제는 버릴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8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중앙외사영도소조'를 열어 노선을 최종 정리했다. 그래도 북한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9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이 이어졌고 두 나라는 다시 뭉쳤다. 그 접합 강도는 전례 없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정치적 결속과 경제협력의 수준은 김정일 위원장이 세상을 떠나도 계속 유지됐다.

그같은 협력 가도를 구가하는 중이었는데 북한이 느닷없이 위성 발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중국은 즉각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를 불러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자신들이 찬성했으나 스스로의 행동으로 뒤집어버렸던 1874호를 또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건 논리적으로도 우왕좌왕일뿐더러, 그간 구축해 놓은 북한과의 관계를 또 다시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에 '우리와 계속 같이 갈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국은 일단 2009년의 결정을 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나오는 메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9일자 사설에서 "한‧미‧일 3국의 의지에 따라 북한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의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한‧미‧일의 입장을 일단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신문의 20일 평론 기사는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었다. 신문은 "만일 북한이 위성 발사를 고집할 경우 중북관계에 가벼운 영향을 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간이 좀 지나면 이번 사안으로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북‧미) 양측간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을 관리하고 북미간의 협상을 주선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중국이 이종석 전 장관이 제안한 북‧미 미사일 협상 같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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