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중(喪中) 북한 "남조선, 민간인 방북 조문 허용하라"

"응당한 예의를 갖춰라…YS 전철 밟으면 비싼 대가 치를 것"

'상중'인 북한이 남측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요구와 비난을 담은 첫 대남 메시지를 내놨다.

북측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조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2일 두 건의 게시물을 통해 남측 당국은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하며 민간 방북단의 조문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북측은 남측의 모든 조문단을 정중히 맞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남조선(한국) 단체들과 인민들의 조의방문길을 막지 말아야 하며 당국 자신도 응당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의 입장은 '응당한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민족끼리'는 당시 류 장관의 발언을 강력 비난했다. 북측 주민과 지도부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뜻이 담긴 한국 정부의 우회적 조의 표명에 대해 북한은 "우리의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이트는 "(남측) 당국은 그 무슨 '북 지도자와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을 공공연히 운운하면서 공식 '애도'와 '조의표시'를 부정하고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식으로 불순한 속심(속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북한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북한은 이어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남조선당국은 조의방문을 한사코 외면하면서 각계층의 조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아나서고 있다"면서 "남조선 당국이 초보적인 예의이며 도덕인 조의방문까지 외면하고 차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야만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조의방문 문제는 북남관계(남북관계) 운명과 관련되는 신중한 문제"라며 "남조선당국은 그것이 앞으로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영향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북남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이제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있고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7년 전 '문민정권'(김영삼 정부)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선임자들의 전철을 또다시 밟는 경우 북남관계에 어떤 엄청난 파국이 들이닥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단단히 계산하게 될 것이며 두고두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북측 조평통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화면캡쳐

한편 '우리민족끼리'는 또한 다른 게시물에서는 남측 조문객들을 적극 맞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측 조객들에 대한 우리의 성의있는 조치' 제하의 기사에서 이 사이트는 "우리의 해당 기관들에서는 조의방문을 희망하는 남조선의 모든 조의 대표단과 조문 사절들을 동포애의 정으로 정중히 받아들이며 개성육로와 항공로를 열어놓는 조치를 취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체류 기간 남조선 조문객들의 모든 편의와 안전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대국상(大國喪)의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남조선 각 계층의 뜨거운 추모의 마음에 대한 우리의 예의와 성의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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