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패닉…2008 미국발 금융위기 데자뷔"

<FT> "유로존 부채위기가 진원…신뢰의 상실과 공포의 확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현재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금융위기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된다.

다음은 '유로존 위기는 2008년 미국의 사태와 닮았다(Eurozone crisis resembles US turmoil in 2008)'라는 글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FT>의 세계 금융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1년전 경고하면서 '스타 저널리스트'로 떠오른 질리언 테트(Gillian Tett)다.

유럽증시와 뉴욕증시가 대공황 전야를 방불케 하는 폭락세를 보이면서 5일 코스피 지수도 2000선이 붕괴하는 폭락장을 연출한 상황에서 테트의 분석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이번에는 유럽이 될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돼 주목된다. <FT>의 분석은 최근 세계 증시 폭락사태를 초래한 공포의 진원지는 미국이라기보다 유럽이라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국채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것이다. <편집자>
▲ 그리스 등 유로존의 디폴트 확산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 7월21일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 현재 세계 증시 폭락 사태를 일으킨 공포의 진원지는 유로존 부채위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AP=연합
파생상품으로 복잡하게 얽힌 세계 금융시장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디폴트 위기에서 한숨을 돌리기 무섭게 유로존 부채위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유로존의 현재 사태를 보면 2008년말 미국의 금융위기 전과 유사한 패턴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유사점을 살펴보자.

- 그리스의 부채위기가 불거졌을 때 많은 정책결정자들과 일부 투자자들은 별 거 아니라고 과소평가하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보유한 그리스 국채 규모는 기껏해야 2000억 유로(약 300조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와 베어스턴스도 각각 6000억 달러(약 640조원)와 4000억 달러(약 430조원)의 자산으로 미국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다.

- 유로존의 부채 위기 초기에 유로존의 정책당국은 이 문제가 유동성의 문제이지, 지급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투기세력' 탓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진단했기에 그들은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일관하며 단호한 조치를 외면해 왔다.

미국 정부가 2007년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유동성 문제로 대처했던 것과 비슷하다. 현재 유로존 당국이 하고 있는 것도 미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 새로운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짝 효과가 있을 뿐 투자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신뢰 상실 초래한 유로존 지도자들

- 이제 일부 유로존 지도자들을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해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스의 부채에 대해 채무조정이 필요하고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제야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해지만, 한편으로는 부채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무엇을 믿어야할지 모르게 된 것이다.

- 신뢰 상실은 공포의 확산을 부르고 있다. 유로존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대체로 미국의 금융파생상품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처럼 리스크 평가 능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신뢰가 상실한 마당에 어느 유로존 국채가 안전한지 판단하기 힘든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로존 은행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특히 파생상품 형태로 유로존 채권들이 영향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어도 정확하게 파악할 데이터가 제한돼 있다. 은행들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파생상품과 연결된 채권들의 리스크 평가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유럽 90대 은행, 2년내 8150조원 자본투입 필요

- 현재 유럽의 은행들은 일종의 돌려막기로 버티는 구조다. 최근 유럽은행감독기구가 실시한 은행 건전성 평가(일명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었던 90대 은행들은 향후 2년내에 무려 5조4000억 유로(약 8150조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GDP의 45%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금까지는 설마 정부가 부도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유로존의 모럴 해저드 때문에 유럽은행들은 단기자금을 서로 돌려가면서 빌려주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런 전제가 지금 깨졌다.

이제 자본 이탈이 확산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이른바 'SIV(구조화투자상품)'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가 단기자금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어 파산한 것처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기기관들이 과거에 보여줬듯 갑자기 신용등급을 강등해 버리는 일이 가세하면 시장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2008년 사태가 다시 재연될 것인가? 절대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지는 상황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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