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풍속 '종말론적 투자전략' 각광"

<NYT> "발생확률 0.5% 이하 사태에 돈 걸기 유행"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자 '경제적 파국'을 상정한 새로운 투자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요즘 일부 투자전문가들은 '하늘이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에 돈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투자가 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이 신문은 "그리스가 이날 국가 부도의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결정을 했지만, 여전히 부도 가능성은 공포로 남아있고, 유럽의 부채위기와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 정치적 변혁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경제적 아마겟돈' 사태를 대비한 투자 방법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부도 사태 등 드물거나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대비한 이른바 '블랙스완 펀드'는 시장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이다.
▲ 29일 그리스 아테네 도심에서는 긴축안 처리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AP=연합
10년 사이 번 돈 다 날린 경험, '최악의 사태'도 상품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의 회복세를 이용해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볼 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확률이 0.5% 미만인 '테일 리스크' 성격의 돌발사태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테일 리스크 펀드'와 '블랙스완 펀드'는 다르다. 테일 리스크 사건은 수학적 모델에서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말하지만, 블랙스완 사건은 수학적 모델에서 예측 자체가 안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위험부담을 줄이는 투자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투자다변화'였다. 주식, 채권 등 여러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서로 관계가 없어보이는 자산들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붕괴하는 사태에 대비한 투자수단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와 연계된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FT)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투자펀드는 일종의 보험과 비슷하다. 일반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은 투자가는 지속적으로 손실을 본다. 하지만 파국이 오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주가와 연계된 옵션 투자로 주가가 폭락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미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이런 펀드에 유입됐다. <뉴욕타임스>는 "5년전이라면 이런 투자수단은 손실이 크고, 불필요한 것이라는 비웃음을 샀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백억 달러 자금, '블랙스완 펀드'에 유입

보스턴대 금융학 교수 즈비 보디는 "지난 10년 사이 투자자들은 두 차례의 증시 붕괴를 겪으면서 그동안 얻었던 수익을 날린 경험을 했다"면서 "지금의 투자자들은 이런 경험으로 인해 향후 십여년의 기간에 벌어질 위험에 더욱 예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공포지수'와 연계된 상품으로 25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 핌코가 운영하는 '테일 리스크' 자산은 지난해 두 배나 늘어 230억 달러나 된다.

금융위기로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본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 출신 보아즈 바인슈타인은 지난해말 '아마겟던 펀드'를 만들어 4억 달러의 기관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자금은 33달러의 자금 중 '보험용'으로 분산투자된 것이다.

바인슈타인은 "일부 투자자들은 '아마겟돈 펀드'로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이 붕괴되지 않는 대가라면 오히려 1%의 투자금을 날려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와 함께 투자회사를 차렸던 마크 스피츠나이절은 현재 '블랙스완 펀드'로 6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 이 방면의 전문펀드 매니저다. 하지만 그는 "블랙스완 펀드 투자는 평소에 손실이 누적되고 있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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