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진영 '패닉'… 선거총책임자 전격 교체

9일 '포스트 슈퍼화요일' 패배로 선출대의원 수 마침내 역전

미국 대선 예비경선 역사상 유례없는 초접전을 펼쳐온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두 민주당 후보의 팽팽한 균형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힐러리 후보 진영은 '슈퍼화요일' 첫 대결이 벌어진 3개 주(워싱턴, 네브래스카, 루이지애나) 모두에서 완패를 당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힐러리는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선거 총책임자를 전격 교체했다. <AP> 통신은 "힐러리는 16년지기 친구인 패티 솔리스 도일을 선거 총책임자에서 해임하고 오랜 측근인 매기 윌리엄스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힐러리가 이처럼 선거 총책임자를 전격 교체하고 나선 것은 마침내 선출 대의원 수에서도 오바마 후보에게 역전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프라이머리 및 코커스 결과 지지후보를 서약한 선출직 대의원의 경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의 자체집계 결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CNN> 908대 877, <CBS> 975대 907, <NBC> 861대 855 등 대체로 오바마가 힐러리를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오바마 후보가 9일 '슈퍼화요일' 이후 첫 대결이 펼쳐진 3개 주에서 모두 완승을 거두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르면 4월 안에 민주당도 후보 정해질 가능성"

최종 승리자에 대한 현실적인 척도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선거자금에서도 힐러리 진영은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슈퍼화요일' 전후로 눈에 띄는 현상은 오바마 진영으로 선거자금이 급속히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자금의 출처도 이상적이다. 오바마 후보 진영은 슈퍼화요일 다음날 며칠 사이에 '풀뿌리 유권자'들이 보내온 온라인 송금액만 1000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자금이 몰려들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힐러리 후보는 지난달 말에 자신의 개인 펀드에서 500만 달러를 대출받아 선거비로 썼다고 밝힐 정도로 선거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지난 연말까지 힐러리는 1억1800만 달러를 모금해 1억300만 달러를 모은 오바마에게 선거자금 면에서 조금 앞섰으나 지금은 완전히 상황히 달라진 것이다.

또한 전국 지지율에서도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뉴스위크> 등 1% 포인트 차이로 오바마가 힐러리를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말만 해도 <뉴스위크> 조사에서 힐러리는 20% 포인트 이상 오바마를 앞서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추격세는 역전을 예고하는 맹렬한 기세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르면 4월 내에 오바마와 힐러리의 팽팽한 대결이 끝나고 공화당의 경우처럼 사실상의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이달 잇따라 펼쳐질 '포스트 슈퍼화요일' 경선에 승산이 없다는 이유로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3월 4일 경선에 치중할 것으로 알려졌던 힐러리 진영은 '오바마 대세론'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오는 12일 경선에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힐러리 진영은 여론조사 결과 앞선 것으로 나타난 10일(현지시간) 메인주 경선에 압승을 거두고 그 여세를 몰아 12일 경선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메인주는 대의원수는 24명에 불과하지만 향후 경선의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이날 미국 정치 1번지인 워싱턴 D.C.인근에서 유세를 벌이며 워싱턴 D.C.(대의원 38명)와 버지니아주(101명), 메릴랜드주(99명) 등 이른바 '포토맥 프라이머리'에 정면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전문가들은 '포토맥 프라이머리'에서도 힐러리의 승산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D.C.와 메릴랜드는 흑인 유권자가 많다는 점에서 오바마에게 '검은 몰표'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인 버지니아 주에서도 9일 발표된 라스무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55% 대 37%로 힐러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 미니 슈퍼화요일 전까지 전패할 수도"

9일 경선에서 뒤늦게 결과가 나온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도 90%가 넘는 득표율로 오바마가 승리했다. <CNN>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오바마 연승가도'가 이어져 힐러리가 3월 4일 경선 전까지 3주 이상 단 1승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오바마 대세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힐러리 진영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9일 경선 결과는 이런 우려를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 루이지애나는 흑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하지만, 네브래스카는 백인과 흑인의 비율이 89.6% 대 4%로 백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주이며. 워싱턴도 백인이 81.8%, 흑인이 3.2%인 '백인 지역'이다. 오바마 후보는 두 주에서 각각 68%를 득표해 30% 남짓한 지지를 얻는 데 그친 힐러리 후보를 큰 표차로 이겼다. 오히려 흑인 80%가 몰표를 던진 루이지애나에서 오바마는 57% 득표에 그쳐 36%를 얻은 힐러리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인종' 대결로 치달아 결국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게 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흔드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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