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21년 만에 밝힌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

"노벨상은 세상이 버마를 잊지 않았다는 증거"

버마(미얀마)의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1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지난 1991년 수상했던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을 21년 만에 밝혔다. '노벨상 역사상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평가받은 이번 연설에서 수치 여사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이 '세계가 버마를 잊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1991년 버마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던 시절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어느 날 저녁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당시 내 즉각적인 반응을 기억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아…그들이 내게 주기로 결정했구나' 식의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 1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21년 만에 노벨평화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아웅산 수치. ⓒAP=연합뉴스

수치 여사는 또 "가택연금 시절 내가 더 이상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었다"며 "(한 쪽에는) 내 세계의 전부인 집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자유롭지 않지만 공동체로서 함께 감옥에 들어간 이들의 세계가 있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세계가 있었다. 각각은 그저 그런 세계에서 각자의 길을 추구하던 별도의 세상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노벨상이 "나를 고립된 공간 밖에 있는 다른 이들의 세상으로 다시 한 번 끌어내 현실감을 되살려줬다"며 "즉각적이진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수상에 대한 반응들이 전해지면서 노벨상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라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더 중요한 사실은 노벨상이 버마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잊히지 않았다. 노벨상 선정위원회가 내게 상을 수여했을 때 그들은 버마의 탄압받고 고립된 이들이 세계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밖에도 최근 버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소수민족과 불교도간 폭력 사태를 개탄하면서 이들이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버마 정부가 여전히 풀어주지 않은 정치범이 있다며 이들의 소속한 석방을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1988년 병을 앓던 모친을 보기 위해 영국에서 민주화 항쟁을 겪던 버마로 귀국한 이후 24년 동안 외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1991년 당시 노벨상은 배우자인 마이클 아리스과 두 아들 킴과 알렉산더가 대리 수상했다. 수치 여사는 남편이 1999년 암으로 사망했을 때도 옆에 머물지 못했다. 수치 여사는 노벨상 상금 130만 달러를 버마 국민을 위한 보건 및 신탁 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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