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24년 만에 해외로

태국 시작으로 6월에는 유럽까지

버마(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로 지난달 처음으로 버마 국회에 입성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24년 만에 해외 방문길에 올랐다.

29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수치 여사는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으로 이날 출국했다.

태국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40분에 방콕에 도착할 예정인 수치 여사는 30일 방콕 남부 사무트 사콘 지역의 버마 이주노동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태국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로 전체 200만 이주노동자 중 80%가 버마 국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치 여사는 또 버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 북부 국경지대의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들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리는 WEF 동아시아 회의에서는 아시아 여성들의 역할을 논의하는 세션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직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태국의 여성 총리인 잉락 친나왓과의 만남도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4년 만에 해외 방문길에 오른 버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 ⓒAP=연합뉴스

수치 여사는 버마 민주화 항쟁이 거세게 일었던 1988년 모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영국에서 귀국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출국하지 못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약 15년을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으며, 연금이 해제됐을 때도 다시 버마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99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던 노벨평화상 수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과거 버마 군부는 영국에 머물던 수치 여사의 배우자가 버마를 방문하기 위해 신청한 비자도 거부한 바 있다.

통신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수치 여사의 해외 방문은 버마 정부가 내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부 출신의 민선 대통령인 테인 세인은 WEF 동아시아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딱히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다음달 4~5일 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결과만 보면 수치 여사의 첫 해외 방문을 더욱 부각시킨 셈이다.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수치 여사의 해외순방은 6월 유럽 방문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는 다음달 1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지난 1991년 받았던 노벨평화상에 대해 21년만에 수상 기념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폐막식에도 참석해 연설한다. 모국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기 전 가족과 함께 살았던 영국에서는 6월 21일 의회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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