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대북 전단 살포나 무인기 도발 등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북한에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3일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초청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차마 말을 못하고 있는데 물어보시니 다행스럽다 싶기도 하면서 속을 들켰나 싶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전임 정부였던 윤석열 정부가 대북 도발 행위를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싶지만 야당 측의 '종북몰이' 등 공세가 우려된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표한 것이다. 그는 이어 "그냥 이 정도로 (답변을) 끝내겠다"고 대답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문제도 논의하겠다"며 "상황이란 언제나 변하는 것이니 언제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또록 우리가 객관적 상황들을 최대한 조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관계가 먼저 개선되는 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면 그런 문제들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해줘야 미국도 북한과 협상 또는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차례 만남을 대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동질감 같은 것도 느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못했던 핵 추진 잠수함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아닐까"라며 "동북아시아에 전략적 중요성, 우리 입장에서도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보면 매우 유용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으로부터 비롯된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이 핵 비확산 조약(NPT)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핵무장 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린다","우리는 비확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 비확산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지 않나.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핵무장 하지마라, 폐기하라, 생산마라'고 더 이상 할 수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이 기본합의한 대원칙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라늄 등 핵연료를 어디서 주로 수입하느냐 물어 러시아에서 30% 수입한다고 했더니 '자체 생산하면 많이 남겠다, 5대5로 동업하자'고 했다"며 "그 동업을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맡겼다. 얘기가 잘 됐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농축·재처리 시설이 한국 내에 설치·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농축·재처리 문제는 우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장소는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다. 2차적인 문제 같다"며 "우리의 자율적 권한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지만 가급적이면 국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핵추진잠수함의 건조 장소에 대해서는 "협의할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는 미국 제조업 부흥 차원에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말씀을 하셨지만 우리 관점으로는 거기서 생산하는 게 매우 어렵다"며 "우리 입장에서야 세계 최고의 조선 효율성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 하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도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국가 간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개인과 비슷한데, 우리가 사업하는 동업자 관계인데 이 사람이 내 돈을 빌려가서 떼먹었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다"며 "문제가 생긴다고 단절하면 마지막에는 나 혼자 남아서 외로워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도를 둘러싼 갈등은 감정적 갈등이지 현실적 갈등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다. 사도광산 같은 과거사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된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것도 하나의 과제로 안고 있으면서, 그것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 그는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는 게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문화.경제.민간교류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안보협력도 함께 논의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중국을 방문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분야에 대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갈등 상황과 관련해서는 "우리로서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중재,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속담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다"며 "일본과 중국이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우리가 한쪽 편을 드는 건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동북아는 경제적으로 매우 활력이 있지만 군사, 안보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라며 "이런 지역일수록 공통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협력할 부분을 최대한 찾아내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선 "대한민국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침공 때문에 국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고 대한민국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상태인데, 일단 인도적 측면에서 세계 평화란 측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하게 종료되길 바란다"며 "지금 단계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가짜 뉴스' 여부를 정부가 판단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미국 언론의 지적에 "누가 가짜임을 판단할 수 있냐는 것은 맞는 지적"이라면서도 "가치 판단의 영역, 사실이 아니고 의견 영역에는 손대지 않지만 명백한 허위를 가지고 공격하거나 편을 만들어서 사회를 분열하는 것은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작업해서 대한민국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뽑혔다는 주장 등 상식적으로 보통 사람이 판단했을 때 명백한 것은 선동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방치되는 측면이 있어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고, 결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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