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밥과 미나리로 해독의 봄을

[고은정, 김형찬의 힘내라! 한국의 봄! ⑤] 해독의 한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연하다 여겼던 일상이 깨지고 있다.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도 단번에 해결할 수 없을 이 문제의 해답은 평범한 우리 삶을 지켜가는 데 있을 것이다. 할 일과 지켜야 할 것에 충실하면서 일상이 더 무너지지 않도록 돌볼 필요가 있다. 약선음식전문가 고은정 우리장학교 대표와 <프레시안>에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을 연재 중인 김형찬 한의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균형을 잃기 쉬운 시기 극복을 위해, 조용히 다가와 버린 봄에 맞는 제철음식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봄은 본래 분주한 계절이다. 현대인은 자연의 리듬과 상관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절이 변화하면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몸이 찌뿌듯하고 춘곤증이 찾아오는 것은 마음과 몸이 새로운 계절에 적응하느라 발생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2020년 대한민국의 봄은 잔뜩 위축되어 꽃이 피는지 바람이 부는 지도 모른 채 지나고 있다. 설렘과 기대로 채워야 할 마음은 불안과 답답함, 그리고 원망으로 가득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에 생존의 위험이란 신호등을 켠다. 에너지를 쥐어짜면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언제 닥칠지 모를 전투에 대비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대사산물이 발생하게 되고, 여기에 환절기에 발생하는 변화와 황사, 미세먼지 같은 외부 요인이 더해져 우리 몸과 마음은 조금 어질러진 상태가 된다.

이럴 때는 창문과 문을 활짝 열고 대청소를 하는 게 좋다. 평안한 시절이라면 단기단식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몸의 해독기능을 돕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리 없이 움직이고 잠을 좀 더 자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섯 번째 날은 우리 몸의 해독기능을 도와 어질러진 몸과 마음을 청소할 수 있는 음식들로 차려본다.

콩나물밥과 참나물된장국

해장국의 대명사인 콩나물국의 느낌은 한마디로 개운함이다. 싹을 틔운 콩을 한의학에서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 부르는데, 체액의 정체나 몸 속 노폐물을 의미하는 습濕을 제거하는 효과가 좋다. 습이 쌓이면 몸이 아프거나 저리기 쉽고, 잘 붓고 소변도 시원하게 잘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작은 염증반응과 관계된 다양한 불편함이 발생한다. 콩나물은 좋은 영양과 함께 이런 습의 상태를 해소하는데 효과적인 식재료다.

콩나물 듬뿍 넣어 지은 콩나물밥을 향긋하고 짭조름한 양념장에 비며, 참나물 된장국과 함께 먹는다. 이내 몸이 훈훈해지고 땀이 살짝 나면서 왠지 가뿐한 느낌이 든다. 좋은 향으로 기의 소통을 돕는 참나물은 국이 다 끓었을 때 차를 우리듯 넣어 그 향을 살리면 더욱 좋다.

콩나물밥과 참나물된장국은 습기로 꽉 찬 답답한 속에 봄바람을 들이는 몸과 마음의 환기다.

콩나물밥
<재료>
쌀 2컵, 콩나물 300g, 콩나물 데친 물 2.1컵, 들기름 1큰술

콩나물 데치기 : 콩나물 300g, 물 2.5컵, 소금 1/2작은술

달래 양념간장 : 간장 1큰술, 물 1큰술, 달래 20g, 참기름 1큰술, 들기름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1. 쌀을 씻어 체에 건져 40분간 불린다.
2. 콩나물을 다듬어 씻는다.
3. 콩나물을 냄비에 담고 물 2.5컵과 소금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3~4분간 데친다.
4. 콩나물은 건져 두고 콩나물 삶은 물은 밥물로 쓴다.
5. 압력솥에 쌀과 콩나물 삶은 물을 밥물로 넣고 들기름 1큰술과 함께 밥을 한다.
6.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1분 후 불을 끈다.
7. 4~5분간 후뜸을 들인 후 뚜껑을 열고 데쳐놓은 콩나물을 넣고 고루 섞는다.
8. 그릇에 담아 양념장과 함께 상에 낸다.

참나물된장국
<재료>
참나물 100g, 육수 6컵, 된장 2큰술, 쪽파 3~4뿌리

<만드는 법>
1.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파뿌리 등으로 육수를 낸다.
2. 참나물을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쪽파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송송 썰어 놓는다.
4. 육수를 냄비에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다.
5. 된장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참나물을 넣고 불을 끈다.
6. 그릇에 쪽파를 한꼬집 넣고 끓여 놓은 국을 담아낸다.

미나리풋마늘회

미나리와 마늘은 대표적인 해독식품이다. 습지나 물에 살면서 탁한 것을 걸러내 맑고 향긋함을 품는 성질이 서늘한 미나리에, 성질이 따뜻하고 뭉친 것을 풀어내는 풋마늘을 더해 그 성질의 치우침을 잡는다. 여기에 새콤한 초장을 함께 내어 봄의 본장本臟이자 우리 몸의 해독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을 이롭게 한다.

간의 피로가 풀어지고, 과부하가 걸리며 발생한 필요 없는 열이 내리고,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몸 안에는 살랑살랑 바람이 분다.

미나리풋마늘회는 변화의 중심에 선 간을 이롭게 하는 변화의 바람이다.

<재료>
풋마늘 200g, 미나리 200g

무침 양념 : 고추장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용고춧가루 1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2작은술, 통깨 1큰술

<만드는 방법>
1. 풋마늘은 뿌리째 다듬어 뿌리 사이에 모래가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이 씻어 4~5cm 길이로 자른다.
2. 미나리는 잎부분을 떼고 다듬어 4~5cm 길이로 자른다.
3. 냄비에 물과 함께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잘라놓은 미나리를 넣고 10초간 데쳐 찬물에 헹군다.
4. 냄비에 물과 함께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잘라놓은 풋마늘을 넣고 30초간 데쳐 찬물에 헹군다.
5. 데친 풋마늘과 미나리를 꼭 짜서 물기를 빼놓는다.
6. 무침 양념을 만든다.
7. 데친 미나리와 풋마늘을 무침 양념에 버무린다.

생강레몬차

우리 몸의 해독과정은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독소가 누적된 세포에서 그것이 빠져 나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빠져 나온 독소의 독성이 중화되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원활하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로 필요한 것들이 조금씩 다른데, 어는 한 과정에만 치우치게 되면 해독을 통한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다. 환기를 하고 청소를 열심히 했으니, 이제 안에 쌓인 것들을 밖으로 내 보내야 한다.

생강을 가늘게 채 썰고, 얇게 저민 레몬과 함께 홍차에 우려낸다. 생강과 레몬의 맛과 향을 즐기노라면 스르르 몸속에 쌓인 것들이 풀려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곤하고 예민해져 있다면 꿀을 조금 더해 약간의 당을 섭취해도 좋다.

생강레몬차는 봄맞이 대청소의 향긋한 마무리다.

<재료>
레몬청, 레몬생과, 생강, 홍차, 꿀

<만드는 법>
1. 레몬청을 뜨겁게 덥힌다.
2. 레몬생과는 껍질을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식초물에 다시 한 번 헹궈놓는다.
3. 레몬생과를 길이로 반을 갈라 얇게 저며 썬다.
4.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얇게 편을 썬다.
5. 레몬청에 생강, 레몬생과, 홍차를 넣고 우린다.
6. 취향에 따라 꿀을 첨가해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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